안철수 무소속 후보는 정치 경험이 전혀 없어서 획기적이고 신선한 정치개혁 공약을 내놓을 것이라는 기대가 많았다. 그러나 그가 23일 발표한 3대 정치개혁안은 과거 대선 공약 등을 재탕, 삼탕한 것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무성하다.
안 후보가 제시한 '국회의원 정수 줄이기'공약은 역대 대선의 단골 메뉴였다. 1997년 대선 당시 제3 후보로 급부상한 이인제 당시 국민신당 후보는 "국회의원 정수를 299명에서 200명으로 줄이겠다"는 공약을 제시했다. 안 후보도 "의원 100명을 줄이면 4년 간 2,000억~4,000억이 절약된다"고 말해 약 100명 규모의 감축을 거론했다. 안 후보가 15년 전과 유사한 공약을 다시 꺼내든 셈이다. 안 후보 등 제3 지대 정치인이 의원 감축 공약을 선호하는 것은 거대 양당이 주도하는 기성 정치에 대한 혐오를 토대로 지지도를 높일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2009년 1월 이회창 당시 자유선진당 총재도 "국회의원 숫자를 30% 줄이자"고 했고, 올 8월 새누리당 대선 후보 경선에 출마했던 이재오 의원도 "의원을 200명 안팎으로 줄이겠다"고 약속했다.
안 후보가 내놓은 '중앙당 폐지 및 원내정당화''정당 국고보조금 축소' 역시 정치권에서 오랫동안 돌고 돈 쇄신안이다. 2002년 대선 때 제3 후보였던 정몽준 당시 국민통합21 후보는 "중앙당을 슬림화하고 원내정당으로 가야 한다"고 제안했다. 정 후보는 올해 새누리당 대선 후보 경선에선 '국고보조금 폐지ㆍ축소'를 제시했다. 새누리당 홍준표 전 대표와 남경필 의원 등은 과거에 "중앙당을 폐지하자"고 주장했다.
안 후보의 쇄신안이 정치개혁 본질과는 거리가 멀고 포퓰리즘 정책의 성격이 짙다는 쓴소리도 나왔다. 특히 의원 수 줄이기에 대해서는 정치권을 불신하는 국민의 마음을 당장 시원하게 할 순 있을지 몰라도, 국회의 행정부 감시 기능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다수의 정치학자들은 "그동안 국회의원들이 제대로 일하지 않았다고 해서 의원 수를 일단 줄이자고 주장하는 것은 위험한 발상"이라면서 "국회의원들이 적정 수준으로 있어야 행정부 견제와 감시를 제대로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권혁주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는 24일 "의원 수를 줄여 의원 한 사람이 대변하는 국민 숫자가 더 늘어나게 되면 국민 의사를 반영하는 게 더 어려워질 가능성이 높다"면서 "국회의원의 자질과 책임감을 높이고, 국회 운영 방식을 개선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최문선기자 moons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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