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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사맨 DNA' 살려 한국형 자원메이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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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사맨 DNA' 살려 한국형 자원메이저로

입력
2012.10.24 1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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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80년대 우리나라 종합상사 위세는 대단했다. 70년대 수출 드라이브정책의 동력으로 삼기 위해 종합상사제도를 도입한 이후 95년 1,000억 달러를 돌파하기까지 종합상사의 힘은 절대적이었다.

종합상사는 모든 그룹의 수출창구였다. 당시엔 삼성전자도 독자적 수출을 하기엔 브랜드 파워가 약했기 때문에 삼성물산을 통해 수출을 했고, 대우자동차도 ㈜대우를 통해 수출을 해야 했다. 삼성관계자는 "70~80년대만해도 그룹에서 신입사원을 뽑으면 가고 싶은 계열사 1위는 삼성전자가 아니라 단연 삼성물산이었다"고 말했다. '상사맨'들은 전 세계를 누비며 열대사막에서 난로를, 시베리아에서 냉장고까지 팔았다는 우스개 소리가 다 나왔을 정도였다.

하지만 외환위기 이후 종합상사는 급속히 위축됐다. 각 계열사들은 더 이상 종합상사에 대행료를 주면서 수출하기를 거부했고 자가수출의 길을 찾기 시작했다. 무역금융이 많은 종합상사는 업무성격상 부채비율이 높을 수밖에 없는데, 정부의 '부채비율 200% 이내 억제'정책은 종합상사의 숨통을 더 조였다. 2000년만해도 우리나라 전체 수출액의 47.2%를 차지했던 종합상사는 2007년 그 비중이 5.7%까지 떨어졌다.

종합상사들은 새로운 먹거리를 찾아야 했다. 그래서 찾은 것이 해외자원개발 및 투자. 아직은 초보적 단계이고 규모도 작지만, 하나 둘씩 결실이 나타나고 있다.

삼성물산이 가장 주력하는 분야는 오거나이징(Organizing) 사업. 70년대부터 구축해온 글로벌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전 세계 국가들의 자원개발 및 발전소 구축정보를 빠르게 입수, 파트너를 물색하고 컨소시엄을 구성해 사업을 따 내는 방식이다. 카자흐스탄 발하쉬 복합화력 발전은 그 대표적인 결실이다. 삼성물산은 한국전력과 함께 컨소시엄을 구성, 사업권을 따냈는데 40억 달러에 달하는 초대형 프로젝트다. 캐나다 온타리오에서 진행 중인 풍력 및 태양광 발전사업도 내년 상반기 1단계(500㎿) 착공에 들어간다.

LG상사는 매년 순익의 50% 이상이 자원개발사업을 통해 나오며, 현재 21개 자원개발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특히 전 세계 5개 석탄광산에서 연간 1,000만톤을 취급하는 등 국내 종합상사 중 석탄사업에 관한 한 1위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다. 최근엔 세계 최대 희토류(희귀광물) 생산기업인 중국의 바오강희토와 사업 확대를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기도 했다.

전 세계 20개국 70여개의 글로벌 거점을 확보한 SK네트웍스는 신흥국을 적극 공략하고 있다. 브라질 유력 철광석 기업인 MMX에 국내 철광석 자원개발 역사상 최대규모인 7억 달러를 투자해 연간 900만톤 규모의 철광석을 20년 이상 확보해 둔 상태다. 최근 중국도 적극 공략하고 있는데, 지난 4월과 6월 중국 샤먼과 광저우 지역에 철강 가공센터를 완공해 중국 내 3개의 철강가공센터를 확보했다. 이에 따라 중국 내에서 연간 50만톤 이상의 철강제품을 가공ㆍ유통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

최근엔 곡물사업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현대중공업그룹 계열사인 현대자원개발은 23일(현지시간) 세계은행 산하 국제금융공사(IFC)와 손잡고 우크라이나, 아르헨티나, 브라질 등 신흥시장 농업분야에 대한 공동투자를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삼성물산과 대우인터내셔널도 동남아 등에서 활발한 곡물사업을 벌이고 있다.

하지만 국내 종합상사들이 서구 자원메이저와 일본 종합상사들을 따라 잡으려면 아직은 갈 길이 먼 게 사실. 특히 일본 종합상사에 비하면 자본력도, 노하우도, 네트워크도 크게 못 미친다는 지적이다. 때문에 전문가들은 일본 종합상사들을 벤치마킹하면서 '한국형 자원메이저'를 키우는 일이 시급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경기침체만 되면 비수익자산 매각차원에서 투자했던 해외광산지분을 팔아 치우곤 하는데 이렇게 해선 절대로 글로벌 플레이어가 될 수 없다"면서 "자원투자는 원래 리스크가 많은 분야인 만큼 투자결실이 나올 때까지 인내심부터 길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종합상사는 많은 자금력과 글로벌 감각을 지닌 인력, 그리고 거미줄 같은 네트워크의 삼박자가 맞아야 성공할 수 있다"면서 "이 세 가지부터 키워야 한다"고 말했다.

삼성경제연구소 박환일 수석연구원은 "미국과 영국의 전통 자원메이저는 물론 중국 브라질 러시아 스위스 이탈리아 등 신흥국의 자원기업도 자국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으며 급성장하고 있다"면서 "우리 정부도 경제의 지속성장과 자원안보를 위해 종합상사에 대한 적극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종한기자 tellm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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