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이 강명구의 재치 있는 플레이 하나로 1승을 챙겼다.
사실 7회 말 1사 2루에서 2루 주자 강명구가 보여준 플레이는 조금 무리다 싶었다. 배영섭의 내야 안타 타구를 잡은 야수는 다름아닌 국가대표 2루수 정근우였다. 그러나 수비 범위가 넓고 상황 판단 능력이 뛰어난 정근우의 머리 보다 강명구의 재치가 앞섰다. 강명구는 김재걸 3루 코치가 홈쇄도를 막았지만 자신의 발을 믿고 질주했다. 방심한 정근우는 한 박자 늦게 3루수 최정에게 송구했고, 다급해진 최정 역시 포수에게 정확한 송구를 하지 못했다. 정확한 주자의 판단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강명구의 플레이 하나로 승부가 결정됐지만 이승엽의 타격에도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SK 윤희상이 원볼 원스트라이크에서 던진 포크볼은 분명 실투였다. 바깥쪽 높게 형성돼 안타가 될 확률이 많은 공이었다. 그런데 상대가 이승엽이었다. 국제대회와 일본 무대를 통해 수 많은 경험을 한 만큼 실투를 홈런으로 연결시키는 관록을 보여줬다. 양 팀 선발 투수를 고려했을 때 팽팽하게 흘러갔을 법한 경기가 이승엽의 한 방으로 삼성 쪽으로 기울었다.
삼성은 이날 승리로 많은 것을 얻었다. 타자들의 타격감이 서서히 오르고 있다는 것이 증명됐고 생애 처음으로 한국시리즈 무대를 밟은 이지영이 공수에서 기대 이상의 활약을 해주면서 포수 운용 폭이 넓어졌다. 또 안지만과 오승환의 계투는 여전히 위력적이었다. 6회 신예 심창민을 마운드에 올린 류중일 감독의 용병술도 과감했다.
SK는 1회 나온 박재상의 도루 실패가 아쉬웠다. 조금 성급했다. 그래도 윤희상이 완투를 하면서 투수력 소모를 최소화했다. 이는 분명 SK에 긍정적인 요소로 작용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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