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경 사태'가 한국배구연맹(KOVO)의 규정 개정 문제로 번졌다.
KOVO는 24일 오후 3시부터 각 구단 사무국장들이 모두 모이는 실무자 회의를 열고 장기간 동안 정관을 전면 재검토했다. 김연경 사태로 인해 불거진 문제점을 이번 기회를 통해 제대로 보완하겠다는 계획이다. 연맹의 한 관계자는 "정관의 내용이 너무 방대해서 규정 보완까지는 시간이 꽤 걸릴 것이다. 각 구단이 시즌 준비로 바쁘기 때문에 개막 전까지 쟁점들을 뽑아낸 뒤 계속해서 논의를 이어갈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핵심 쟁점은 자유계약선수(FA) 제도. 현 KOVO 규정에 따르면 프로배구 선수는 6시즌을 국내에서 뛰어야 FA 자격을 얻는다. 하지만 국내 4시즌, 임대 3시즌을 뛴 김연경은 FA 신분이라고 주장하며 독단적으로 해외 이적을 추진해 논란을 일으켰다. 국회까지 간 김연경의 신분 논란은 KOVO의 규정 손질까지 이어질 전망이다. 지난 22일 체육계 인사들은 논란이 되고 있는 KOVO의 FA 규정을 다른 스포츠 종목과 외국 규정 등을 고려해 3개월 이내로 개정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FA제도가 가장 활성화된 종목은 축구다. 프로축구는 계약기간만 지나면 무조건 FA가 된다. 이로 인해 국내외 이적이 활발하게 이뤄진다. FA 기한이 가장 긴 종목은 프로야구. 국내에서 9시즌을 뛰어야 FA가 된다. 단 7시즌을 소화한 뒤 구단의 동의 하에 해외로 진출할 수 있다. 프로농구는 5시즌을 뛰면 FA 자격을 얻게 된다. 다른 프로스포츠와 비교했을 때 프로배구의 FA 기한은 결코 긴 편이 아니다. 한 구단 관계자는 "여자의 경우 고교 졸업 후 6년이 지나고 FA 신분이 되면 얼마든지 팀을 옮길 수 있다. 구단은 유망주들을 키우기 위해 1년에 수십 억원을 투자한다. 만약 FA 기한이 짧아진다면 투자를 해야 할 이유가 없다"고 토로했다. 팀 성적에 기여할 수 있는 시기가 되자 다른 구단으로 이적해 '닭 쫓던 개 지붕 쳐다 보는' 격이 된다는 의미다. 해외로 눈을 돌려보면 터키 프로배구의 경우는 임대기간도 FA 기한에 포함시키고 있다. 단 국제배구연맹(FIVB)의 정관에는 FA에 대한 어떠한 규정도 적시돼 있지 않다.
KOVO는 다른 종목과 해외 사례를 참고해 '4(국내)+2(임대)' 안을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다. 국내에서 4시즌을 뛰고 임대로 해외에서 2년을 뛰면 FA 자격을 부여하자는 내용. 한 관계자는 "지난 시즌부터 김연경 신분으로 인해 임대 기간을 FA 기한에 포함하자는 의견이 제기됐다"고 말했다. 이 같은 개정안이 통과된다면 프로배구 선수들의 해외 진출 길이 활짝 열릴 전망이다. '국내 4시즌 활약 후 해외 진출'이 이뤄진다면 다른 프로 종목의 FA제도와 비교해서도 합리적인 방안이라는 게 배구 관계자들의 중론이다. 다만 원 소속 구단은 임대를 보낼 때도 임대료를 확실하게 받아서 재정 확보에 주력해야 한다. 흥국생명은 김연경을 임대 보내면서 임대료를 단 한 푼도 받지 않았다.
김두용기자 enjoysp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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