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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10월 25일] 세종학당 날개를 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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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10월 25일] 세종학당 날개를 달다

입력
2012.10.24 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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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한 대학에서 개최한 한국어 UCC 경연대회에서 미국의 초등학교 아이들이 출품한 춘향전을 보았다. "이름이 무엇입니까?", "저는 춘향이입니다", "저는 이몽룡입니다". 비록 초급 수준의 한국어로 서툰 발음이었지만 아이들의 모습에 가슴이 뭉클해졌다.

한국어 국외 보급을 위해 설립된 세종학당의 운영을 총괄할 세종학당재단이 공식 출범했다. 세종학당 운영의 책임을 맡는 것은 물론 국외 한국어 및 한국문화 보급 업무의 구심점이 될 기구의 탄생에 거는 기대가 자못 크다.

세종학당은 증가하는 국외의 한국어 학습 수요를 반영하고 한국어와 한국문화의 보급을 위해 정부가 2007년부터 국외에 설립한 한국어 교육기관으로, 문화 상호주의에 입각한 문화 교류 활성화와 실용 한국어 교육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우리가 외국의 자국어 교육기관으로 익히 알고 있는 영국의 브리티시 카운슬, 독일의 괴테 인스티튜트, 프랑스의 알리앙스 프랑세스 등과 같은 성격을 띠는 교육기관이다.

정부는 2007년 3개국 11개소로 출발해 2016년에는 200개소로 증설할 세종학당을 한국어 교육기관을 대표하는 국가 브랜드로 선정해 국외 한국어 보급에 중추적인 역할을 담당하도록 했다. 세종학당을 통한 한국어 교육의 내실화를 위해 세종학당 표준교육과정 개발을 비롯해 교재 개발, 온라인 교육자료 개발, 교사 교육 및 파견 등 다양한 노력을 기울여 왔다.

그러나 세종학당을 관리할 전담기구가 없는 상태에서 급속히 늘어나는 교육 수요를 감당하고 체계적 지원을 하는 데 어려움이 따르자 정부는 세종학당의 운영과 한국어 국외 보급을 총괄할 기구 설립을 추진했다. 그 결과 세종학당재단의 설립 근거가 되는 '국어기본법' 개정안이 올해 국회를 통과했고, 이 법에 근거해 세종학당재단이 설립됐다.

세종학당재단은 세종학당 지정부터 운영, 평가에 이르기까지의 사업을 해외문화원 등과 유기적인 협조 체계를 갖추어 관리해 나갈 계획이다. 또한 한국어를 포함해 문화 프로그램 운영 능력이 뛰어난 우수 세종학당을 집중적으로 육성해 한국 문화 교류의 거점 기능을 수행하도록 할 계획도 가지고 있다. 법적 기반을 갖춘 세종학당재단에서 이들 사업을 추진하는 만큼 세종학당은 해외에서 한국어를 가르치고 한국문화를 알릴 날개를 단 셈이다.

오늘날과 같은 세계화 시대에 국경과 같은 물리적 경계는 큰 의미가 없으며, 국제 사회에서 국가의 위상은 정치적, 경제적 위상만으로 확보되는 것이 아니다. 국경을 넘어 문화가 국력을 나타내는 21세기에, 한국어와 한국 문화 교육을 통한 문화 영토의 확보는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이러한 이유에서 세계 주요국은 국가 발전 전략의 일환으로 자국어 보급 기관을 국가 브랜드로 육성해 왔다. 우리보다 몇 해 일찍 자국어 교육기관인 공자학원을 설립하기 시작한 중국은 2011년 기준 전 세계 104개국에 826개소를 설립해 운영하고 있으며, 기관별 지원 예산의 규모도 세종학당 지원 예산의 너덧 배가 넘는다. 뿐만 아니라 국가지도자가 외국을 방문할 때에는 공자학원을 방문해, 자국어 교육에 대한 국가 차원의 관심이 지대함을 적극적으로 홍보하고 있다.

세종학당은 전 세계의 한국어 학습 수요나 한국문화 애호가의 요구에 비해 설립 기관 숫자나 규모 면에서 크게 모자라는 수준이다. 세종학당이 한국의 국가적 위상에 걸맞은 수준에서 한국을 대표하는 브랜드로서 한국어를 보급하고 한국문화의 기반을 확산할 수 있도록, 더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충분한 예산 확보는 물론 현지 특성과 여건에 맞는 한국어 교육 정책을 수립하고 펼쳐 나갈 수 있는 전문 인력의 확보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특히 수많은 한국문화 애호가를 한국어 학습으로 이끌어 들일 수 있는 전략 개발이 시급히 요구된다.

세종학당재단의 어깨에 한국어 및 한국 문화의 해외 확산이라는 중책이 얹혔다. 그러나 이는 세종학당재단과 문화체육관광부 그리고 한국어교육자들만의 과제가 아니다. 전 국가적인 관심과 지원, 노력이 요구된다.

김정숙 고려대 교수ㆍ국제한국어교육학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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