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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10월 25일] NLL과 '영토 주권론'의 모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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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10월 25일] NLL과 '영토 주권론'의 모순

입력
2012.10.24 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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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누리당 정문헌 의원의 폭로로 촉발된 북방한계선(NLL)문제가 대선을 앞둔 정치권의 쟁점으로 떠올랐다. 논란의 핵심은 '영토주권'에 관한 문제다. 2007년 8월 18일 남북정상회담 자문회의에 참석했던 필자로선 사실을 왜곡하여 정략적으로 활용하는 정치권의 행태를 더 이상 지켜볼 수가 없어 이 문제를 언급하고자 한다. 자문회의 당일 노 대통령이 내린 결론은 "경제협력을 먼저하고 군사적 신뢰구축이 되고 난 다음에 NLL 문제를 거론한다"는 것이었다. 실제로 남북정상회담에서 양 정상은 NLL이란 '뜨거운 감자'를 직접 요리하지 않고 서해평화협력특별지대란 보자기에 싸 봉합해 두었다. 노무현 대통령은 10월 17일 남북정상회담 자문단과의 간담회에서 "새로운 그림을 먼저 그리고, 옛 그림을 고친다"는 관점에서 NLL문제를 접근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NLL의 진실'은 노 대통령이 "어떻게든 NLL 안 건드리고 왔다"고 밝힌 것과 정상회담 결과물인 10·4선언에 드러나 있다.

제2차 남북정상회담 추진 당시 NLL 문제는 근본문제 중의 근본문제로 핫 이슈였다. 북측은 NLL문제에 진전이 없으면 남북경협 관련 군사적 보장조치, 평화체제 구축 등에서 진전을 볼 수 없을 것이라고 남측을 압박했다. 정상회담 추진 당시 기준으로 봤을 때, 6ㆍ15 공동선언 이후 경제협력분야는 크게 발전했지만 군사분야에서는 상대적으로 큰 성과를 보지 못했다. 군사분야에 막혀 경의선 열차운행, 임진강 수해방지사업, 서해상 공동어로 등 각종 현안들이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었다. 이러한 한계상황을 극복하기 위해서 NLL 등 근본문제를 해결하고 군사적 보장조치를 마련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있었다. 하지만 정상회담에서 NLL 문제를 의제로 다루는 것은 위험부담이 컸기 때문에 NLL문제, 공동어로수역, 한강하구공동개발, 해주직항로 및 개방 등을 묶어 서해 남북공동의 평화수역을 선포하고 서해평화협력특별지대를 설치하는데 합의했던 것이다. 이와 같이 서해평화협력지대의 본질은 NLL 포기가 아니라 분쟁해소와 경협확대 및 북한의 개방을 촉진하는 것이다.

노 대통령이 "NLL을 영토선이라고 하는 주장은 국민을 오도하는 것"이라고 밝힌 것은 헌법에 근거한 것이다. 대한민국 헌법 제3조에서 규정한 우리의 영토는 '한반도와 그 부속도서'이기 때문에 헌법상으로는 NLL 문제가 영토주권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는 것이 헌법과 국제법 학자들의 견해다. 헌법상 NLL은 '영토 안의 영토선'인 셈이다. 남북관계를 '잠정적 특수관계'가 아닌 '국가 대 국가관계'로 본다면 NLL은 영토주권에 해당하고 실질적 해상경계선 또는 영토선이라고 할 수 있다. 당시 청와대도 영토주권론에 대해서는 동의하지 않았지만 NLL은 '실질적 해상경계선'이란 입장을 견지했다. 노 대통령은 NLL을 남북기본합의서 규정에 따라 해상불가침 경계선이라고 불렀다.

NLL은 군사적 편의에 따라 그어진 선이지만 실효적 지배에 따라 사실상의 해상경계선, 해상불가침 경계선으로 굳어졌다. 하지만 NLL을 영토주권론에 따라 우리의 영토선이라고 주장할 경우 북한을 국가로 인정하게 되고, 탈북자를 대한민국 국민이라고 주장할 근거가 없어지게 되는 것이다. 영토주권론이 헌법에 맞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새누리당이 지속적으로 NLL문제를 영토주권론으로 포장하여 들고 나오는 것은 여론을 오도하기 위한 것으로밖에 볼 수 없다. 천안함·연평도 사태 등 서해에서 벌어진 일련의 사태에 대한 책임을 노무현 정부에 전가하고 문재인 후보에 대한 공동책임론을 제기해서 흠집 내기 위한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

새누리당 대선 후보는 대북정책의 기조로 '신뢰프로세스'를 제시하고 기존의 남북합의 정신을 존중하겠다고 했다. 그렇다면 남북기본합의서의 해상불가침경계선 재설정 합의, 10·4선언의 서해평화협력특별지대 합의에 대해서도 존중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헌법논리와 신뢰프로세스에도 맞지 않은 영토주권론을 펴는 것은 바람직해 보이지 않는다. 더구나 정상회담록을 공개할 경우 집권한다고 해도 남북관계 복원과 정상회담 개최가 쉽지 않을 것이다.

고유환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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