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끌 모아 태산'이라더니 '동전 모아 70억원'이다. 아시아나 국제선이 착륙준비를 할 즈음이면 어김없이 나오는 영상물. 처음에는 안성기 혼자서, 2005년부터는 이병헌까지 홍보맨으로 가세한 '사랑의 기내 동전 모으기 운동'이다. 국제연합아동기금(유니세프ㆍUNICEF)와 손잡고 벌이고 있는 이 운동은 거창한 기부를 요구하지 않는다. 쓰다 남은 외국 동전을 모아 배고프고, 아프고, 배우지 못하는 지구촌 곳곳의 아이들을 돕자는 것이다. 18년째다.
■시작부터 요란하지는 않았다. 그때만 해도 선뜻 내는 사람이 많지 않았기 때문이다. 외국의 동전도 일종의 기념품으로 여겼다. 심지어 일부러 쓰지 않고 가져와 보관하는 사람들도 많았다. 첫해 모금액은 1억6,000만원. 그러나 점차 해외여행이 일반화 하면서 보관보다는 기부가 늘어나 지난해에는 각국의 온갖 동전 8억3,000만원이 모였다. 아예 작심하고 한꺼번에 1만 달러, 비즈니스석 대신 일반석을 이용하고는 차액을 기부하는 사람까지 나왔다.
■흩어져 있으면 별 것 아닌 동전도 한 자리에 모으니 크고, 아름다웠다. 아이티와 아프가니스탄의 어린이들에게는 긴급구호물자, 아시아와 아프리카의 최빈국 어린이들에게 음식과 약과 식수가 됐다. 가수 싸이까지 참석한, 미국 뉴욕 유엔한국대표부에서 23일 오후(현지 시간)에 열린'70억원 돌파 기념행사'에서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은 "혁신적이고 창조적인 기부 프로그램"이라고 했다. 작고 보잘것없는 것을 커다란 빛으로 만들었기에 그런 말을 했을 터이다.
■기부는 전염된다. '사랑의 기내 동전 모으기 운동'은 이후 아시아나 국내선으로 확대됐다. 에어부산도 대한적십자사와 함께 지난 3월부터 이 운동을 시작했다. 해마다 국내에 들어오는 외국 동전이 700억원 정도라고 한다. 대부분 장롱이나 서랍 신세다. 그럴 바에야 차라리 비행기에서 내리기 전에 유니세프 봉투에 넣자. 나에게는 하찮은 것이 누구에겐 생명과 같은 소중한 것이 되고 있다. 은행이나 우체국, 동사무소, 슈퍼 등에도 동전 기부함이 놓인 지 오래다.
이대현 논설위원 leed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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