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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10월 25일] 불산 누출사고에서 빛난 초기빗물 처리시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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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10월 25일] 불산 누출사고에서 빛난 초기빗물 처리시설

입력
2012.10.24 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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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구미에서 발생한 불산 가스 누출사고의 파장이 점점 더 커지고 있다. 사고 업체와 작업자에 대한 직접적 피해와 인근 마을과 사업장의 2차 피해를 넘어 낙동강 식수원 오염이라는 3차 피해를 걱정하는 목소리가 크다. 불산으로 인한 오염현상이 광역화되고 장기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다행히 낙동강의 불소 농도는 수돗물 기준인 1.5mg/L보다도 낮게 유지되고 있다. 이는 사고가 발생한 산업단지 내에 비점오염저감시설인 '초기빗물 처리시설'이 설치되어 있었던 덕분이다. 불산 가스 누출 후 물로 방제를 해 많은 양의 방제처리수가 발생했지만, 이 시설에 모두 보관함으로써 낙동강으로 직접 유출되는 것을 막을 수 있었다.

본래 '초기빗물 처리시설'은 비가 올 때 도로와 사업장 등 지표면에 있는 오염물질(비점오염물질)이 빗물에 쓸려 내려가 하천을 오염시키기 않도록 만든, 오염된 빗물 처리시설이다. 이 시설이 이번 불산 유해화학물질 사고가 나자 방재 기능을 발휘한 것이다. 일종의 공단 내 완충저류지 역할을 한 셈이다. 가히 비점오염저감시설의 재발견이라 할 만 하다. 만일 이런 저류시설이 없었다면 고농도의 불산이 섞인 물이 낙동강으로 그대로 흘러 들어가 하류 주민들의 먹는 물 안전을 위협했을 것이다. 그야말로 제2의 페놀사고가 될 뻔 했던 것이다.

구미 산단의 방제처리수가 보관되어 있는 초기빗물 처리시설은 2,300톤 규모로, 보관된 물을 하수처리장으로 조금씩 보내 안전하게 처리하고 있다. 이 시설은 지하에 묻혀있기 때문에 불소 성분이 재비산될 우려도 없다. 이번 사고가 난 산단에 이런 시설이 있었던 것은 천만다행이나, 아직 이런 시설이 설치되지 않은 오래된 산단도 상당수 있다.

환경부가 2006년 비점오염원 설치신고 제도를 도입해 일정 규모 이상의 산업단지에 초기빗물 처리시설을 설치하는 것을 의무화했지만 아직 미흡한 수준이다. 제도 도입 전에 들어선 산단의 경우 의무 설치 대상이 아니기 때문이다.

아무리 예방을 철저히 한다고 해도 산업단지는 화학물질로 인한 오염사고의 위험성이 상존하는 곳이다. 이번 사고를 계기로 일정 규모 이상의 모든 산업단지에 초기빗물 처리시설을 설치하도록 의무설치 대상을 확대해야 한다. 또한, 산업단지에 입주하지는 않았지만 유해화학물질을 취급하는 개별 사업장에까지 초기빗물 처리시설을 설치하는 방안도 검토가 필요하다. 평상시에는 비점오염물질로 오염된 빗물을 처리하고, 유해물질 사고가 나면 방재 기능을 발휘하는 다목적 시설로 기능할 수 있으니 일석이조 아닌가.

그런데 초기빗물 처리시설과 같은 비점오염저감시설은 하수도 시설 등과는 달리 가시적인 성과가 눈에 보이지 않아 지방자치단체의 관심이 높지 않은 것이 또 하나의 문제다. 중앙정부가 국고를 지원해 주고 있는데도 지자체의 사업신청이 많지 않다고 한다. 난분해성 물질과 질소, 인 등 비점오염물질의 저감을 통한 조류예방 효과는 논외로 하더라도, 이번 사태를 계기로 산단과 공단 지역에 이러한 시설을 우선 설치할 필요는 충분하다. 특히 산단과 공단이 다수 입주된 지자체의 관심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번 구미 불산사고를 우리 유해화학물질 관리 체계와 사고대응 체계를 선진화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화학물질 취급 및 관리 제도 전반은 물론 사고 발생 후 대응체계와 방재시설에 대한 점검, 제도를 더욱 강화하고, 이에 대한 법제화와 투자도 뒤따라야 한다. 방재만을 위해 새로운 시설을 도입해 중복 투자를 하기보다는 '초기빗물 처리시설'과 같이 이미 도입된 제도와 시설을 강화하고, 이를 최대한 활용하는 것은 기본이다.

민경석 경북대 환경공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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