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공산당 제18차 전국대표대회(18차 당대회ㆍ11월8일 개막)를 앞두고 새 시대 지도이념을 둘러싼 백가쟁명식 사상논쟁으로 시끄럽다. 큰 줄기는 빈부격차를 어떻게 해소할 것이냐와 민주화 및 정치개혁을 추진할 수 있느냐로 모아진다.
인민망, 빈부격차 폐단 다뤄
당 기관지인 인민일보의 인터넷 사이트 인민망(人民網)은 23일부터 빈부격차의 심각성을 진단하는 기획기사를 연재하기 시작했다. 인민망은 24일 “개혁ㆍ개방 정책 30여년 동안 경제가 급속히 성장한 것은 사실이나 빈부격차도 커져 상위 10%와 하위 10%의 소득 차가 1988년 7.3배에서 2007년 23배로 확대됐다”고 지적했다. 이어 “도시와 농촌의 소득차는 2배, 같은 대학을 나와도 금융업과 비금융업 종사자의 월급차는 8배가 넘는다”며 “그럼에도 수입분배 개혁안이 8년 동안 검토만하다 시행되지 못한 것은 큰 문제”라고 꼬집었다.
인민망의 이런 논조는 빈부격차 문제가 뜨거운 감자로 떠오를 것임을 예고한다. 후진타오(胡錦濤) 주석이 수차례 수입분배 구조의 잘못을 바로잡아야 한다고 강조하는 등 빈부격차 해소를 주창하는 목소리는 대부분 공청단파에서 나왔다. 특히 국무원은 연말까지 수입분배개혁총체방안을 발표하겠다고 공언한 상태다. 차기 국무원 총리는 후 주석과 같은 공청단파로 분류되는 리커창(李克强) 부총리가 맡을 예정이다. 결국 지도부가 새로 구성된 뒤 공청단파를 중심으로 이 문제를 적극 개진할 가능성이 크고 이에 기득권 세력과 반대파인 상하이방-태자당 연합세력이 거칠게 저항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민주화와 정치개혁 기대 커
또 다른 화두는 민주화와 정치개혁이다. 차기 최고지도자로 내정된 시진핑(習近平) 부주석이 지난달 후야오방(胡耀邦) 전 총서기의 아들인 후더핑(胡德平)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정협) 상무위원을 만났다는 사실이 특히 기대감을 높인다. 톈안먼(天安門) 사건은 민주화와 정치개혁 등을 주창했던 후 전 서기의 사망으로 촉발됐다. 최근 톈안먼 사건 당시 온건하게 대응했다는 이유로 실각한 자오쯔양(趙紫陽) 전 총서기의 추모 행사 등이 공개된 것도 주목할 만하다.
시 주석이 교장으로 있는 중앙당교의 천바오(陳寶生) 부교장은 “18차 당 대회에서 당내 민주화 진전과 지도체제 개혁을 핵심으로 하는 정치개혁이 이뤄질 것”이라고 기대했다고 미국에 본부를 둔 중문 뉴스 사이트 둬웨이(多維)가 24일 보도했다.
좌파 영향력 여전
그러나 반대로 300여명의 좌파 인사가 보시라이(薄熙來) 전 충칭(重慶)시 서기에 대한 공정한 재판과 권리보장을 요구하고 보 전 서기 자신도 해명할 기회를 달라고 요청하는 등 좌파들의 영향력도 여전하다. 24일 홍콩 언론 및 인권민주주의정보센터에 따르면 보 전 서기는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대표 자격이 박탈되기 전 전인대 상무위원회 회의에 직접 참석, 소명하겠다고 청원했다. 보 전 서기는 문화대혁명을 떠올리게 할 정도로 마오쩌둥(毛澤東) 사상을 숭배하는 대표적 좌파다.
한편 18차 당 대회에서 통과될 것으로 보이는 당헌 개정안에 ‘당의 순결성’ 요구가 삽입되고 청렴 및 사법 개혁이 주창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가능성은 낮지만 마오 사상의 배제를 점치는 이도 없지 않다. 중국 언론들은 “중국 특유의 사회주의 발전에 맞게 새로운 과제가 당헌 개정안에 추가될 것”이라고 전했다.
베이징=박일근특파원 ik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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