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비아 주재 미국 대사 피살 사건과 관련, 미국 정부가 응징을 경고하고 이슬람권에서 반미 시위가 확산되면서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미 정부는 12일 순항 미사일을 탑재한 이지스 구축함 USS라분 등 군함 2척을 이집트와 리비아 해상으로 이동시켰으며 현지의 무인정찰기(드론)로 무장세력 감시 활동을 강화하기 시작했다. 연방수사국(FBI) 요원들을 현지에 파견, 진상조사에도 착수했다.
이번 사건은 성난 군중의 우발적 행동이 아니라 이슬람 무장세력의 기획 테러로 그 성격이 드러나고 있다. 미 국무부의 고위 인사는 "초기 조사에서 사전 계획됐다는 징후를 발견했다"고 밝혔으며 상ㆍ하원 인사들도 정부 브리핑을 받은 뒤 "이번 사건은 기획테러"라고 말했다. 미국 정부는 이에 따라 테러세력 색출에 나서는 한편 쿠웨이트, 아르메니아 등 7개 해외공관의 경계조치를 강화했다. 또 벵가지 영사관을 폐쇄하고 해병대 대테러안보팀(FAST) 50명을 트리폴리 대사관에 급파했다. 그러나 미국 시간으로 11일 발생한 이번 테러가 9ㆍ11테러 11주년을 겨냥한 것인지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 성명에서 "이 끔찍한 행위에 대해 정의가 이뤄지도록 흔들림 없이 임무를 이행하겠다"며 "실수 없이, 정의가 실현될 것"이라고 말해 강력한 응징을 시사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리비아와 이집트 정상에게 각각 전화해 외교관의 안전과 범인 심판에 협력해줄 것을 요청했다. 리비아 정부는 이날 "내무부와 법무부가 조사와 증거 수집에 착수했고 여러 명을 체포했다"고 AFP통신에 밝혔다. 한편 이번 사건의 주도 세력으로 거론됐던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조직 안사르 알샤리아는 자신들의 연루 혐의를 부인했다. 리비아 동부를 거점으로 둔 이 조직은 알카에다 북아프리카지부와 연계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영화 '순진한 무슬림'이 무함마드를 모독한 것에 반발해 시작된 반미 시위는 13일 모로코, 수단, 아프가니스탄, 이란은 물론 '아랍의 봄'의 시발점인 튀니지 등으로 확산됐다. 예멘에서는 시위대 한 명이 경찰이 쏜 총에 맞아 숨졌고, 이집트에서는 수백명이 미국 대사관 앞에서 이틀째 반미 구호를 외치며 시위했다. 인터넷 검색업체 구글은 시위를 촉발한 '순진한 무슬림'의 이집트와 리비아의 유튜브 서비스를 잠정 중단했으며 아프간 정부도 유튜브 접속을 막았다.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은 "혐오스러운 영화"라는 비난과 함께 "미 정부는 이 영화와 아무런 관계가 없다"며 시위 자제를 요청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번 사건이 2개월 앞으로 다가온 대선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판단, 의회나 대통령이 간섭할 수 없다는 FBI에 사건 조사를 맡긴 것으로 알려졌다.
워싱턴=이태규특파원 tglee@hk.co.kr
이훈성기자 hs0213@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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