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이 존재하는 이유는 모든 것에 반대하기 위해서다'란 대사가 있어요. 기성의 것들을 인정하는 것은 청춘이 아닌 거죠. 의심하고 저항하는 과정에서 더 좋은 것들이 만들어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방가방가'에 이어 또 다른 속 깊은 코미디영화 '강철대오 구국의 철가방'을 들고 나온 육상효(48) 감독을 24일 서울 삼청동의 카페에서 만났다. 이번 영화는 1985년을 시대 배경으로 중국집 배달원 대오(김인권 분)가 여대생 예린(유다인)의 사랑을 얻으려다 미문화원 점거 사건에 휘말리며 겪는 해프닝을 그린 코미디물이다.
-1985년 학생운동이 배경이다. 젊은 관객에겐 너무 먼 소재 아닌가.
"그 때의 이야기를 지금 세대와 만나게 하려고 유머나 코미디를 이용했다. 젊은 관객들이 시대적 사건의 이야기가 아닌 보편적인 사랑이야기로 받아들였으면 한다."
-당시 학생운동을 희화화한다는 부담은 없었나.
"전혀 없다. 희화화가 아니라 유머러스한 표현으로 친근하게 제시하는 것이다. 그들을 이해하고 지지한다는 정치적인 내 입장은 확실하다. 학생운동을 코믹하게 표현했지만 본 뜻을 왜곡시키진 않았다."
-당신에게 1985년은 어떤 의미인가.
"정치적 상황에 아파하고 고민을 했지만 적극적으로 변혁에 가담하진 않았다. 당시는 학생들이 순수하게 살아내려 노력했던 시기였다. 지금의 젊은 세대들에게 많은 기득권을 포기하면서 사회 변혁에 투신하던 친구들이 불과 한 세대 전에 있었다는 것을 제시하고 싶었다. 순수했던 20대가 평생의 방부제 역할을 한다. 기성세대가 되어서도 부패나 타협에 저항할 수 있는 힘을 준다고 생각한다."
-계속 코미디 영화만 만들고 있는데.
"코미디는 약자의 표현방식이다. 약자가 주인공인 영화는 분명 유효하다. 강자를 그리는 것은 예술의 본래 목적에서 벗어나는 거다. 어떤 의미 같은 것도 코미디를 통해 훨씬 쉽게 확대 재생산된다. 내가 코미디를 하고자 하는 이유다. 코미디 말고 멜로를 하고 싶지만 액션 스릴러는 못할 거 같다. 그건 강자들의 자기 표현 방식이다. 강하게 약속을 지켜내는 사람들 이야기다. 코미디는 약속을 못 지키는 사람들의 이야기다. 세상을 보는 관점이 다르다. 나는 계속 이 쪽에서 얘기를 할 거다."
-실제 미문화원 점거농성에 참여했던 인물들을 만났나.
"두 명 만났다. 그들도 그 사건을 유머러스하게 기억하더라. 그분들이 준 아이디어도 많다. 레모나로 만든 청산가리도 그들을 만나서 처음 들었다. 밤에는 뭐했냐 하니까 지치지 않고 두려움을 떨쳐내기 위해 노래 불렀다고 하더라. 복잡한 지하도 때문에 누구 한 명 못 들어온 것도 실제다. 영화에서처럼 점거 학생들과 미국 영사와 회의도 있었다. 단 실제 상황에서는 통역이 있었지만."
-어느 정도 관객을 기대하는가.
"200만명을 넘으면 마음이 편할 것 같다. 친한 친구인 음악제작자에게 300만을 넘기면 카니발을 한 대 선물하겠다고 약속을 했는데, 그 약속 지킬 수 있었으면 좋겠다."
이성원기자 sungwon@hk.co.kr
전수현 인턴기자(이화여대 정치외교 4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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