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멤버들이 군 제대하고 오랜만에 (앨범이) 나오는 건데 신나는 느낌이었으면 했어요 '예전 에픽하이가 돌아왔구나' 하고 생각할 수 있게 말이죠."(미쓰라)
3인조 힙합그룹 에픽하이가 3년 만에 정규 7집 '99'를 내놓고 모처럼 기지개를 켰다. 미쓰라(29ㆍ최진), 투컷(31ㆍ김정식) 두 멤버가 병역 의무를 마치고 돌아온 뒤 낸 첫 앨범으로 제목은 데뷔 9주년을 맞이해 내놓은 9개의 신곡을 의미한다. 타블로(32ㆍ이선웅)는 "우리가 '플라이'처럼 신나는 노래로 사랑 받았는데 이후엔 점점 어두워지고 심각해져서 다시 밝고 희망찬 느낌으로 돌아가려 했다"고 했다.
미쓰라와 투컷이 자리를 비운 사이 타블로는 지난해 말 솔로 앨범 '열꽃'으로 우울의 정점을 찍었다. 자신의 미국 스탠퍼드대 학력이 위조됐다는 의혹을 제기했던 인터넷 카페 '타진요(타블로에게 진실을 요구합니다)' 회원들과의 오랜 싸움 끝에 나온 앨범이었다. 간암으로 투병 중이던 아버지마저 세상을 떠나자 그는 더욱 깊은 곳으로 침잠해 들어갔다.
"그땐 어떤 곡을 만들어도 우울하더군요. 고민하다가 '열꽃'과는 완전히 다른 앨범을 만들자는 마음으로 시작했습니다. 이전엔 앨범을 만들며 지나치게 심각해지기도 하고 멤버들끼리 싸우기도 했는데, '99'는 지금까지 냈던 것 중 가장 즐겁게 작업한 것 같아요."(타블로)
신나게 웃으며 만든 노래가 '99'의 한 단면이라면, 또 하나의 단면은 '응답하라 1990년대'다. 올드스쿨 힙합, 얼터너티브 록, 올드팝의 색 바랜 정서가 앨범 곳곳에 묻어 있다. 타블로는 "우리가 가장 신나고 즐겁게 음악을 들었을 때의 기억을 되살리기 위해 같은 만화도 다시 보고 너바나, 스매싱 펌킨스, 그린 데이 등 그 시절의 음악도 다시 들었다"고 했다.
'99'는 에픽하이에게 전환점이 될 만한 앨범이다. 직접 기획사를 설립해 앨범을 낼 정도로 '음악적인 독립'을 외쳤던 그들이 YG엔터테인먼트라는 대형 기획사의 울타리로 들어가 낸 첫 앨범이기 때문이다. 투컷은 "YG에 대한 편견이 있었는데 막상 와서 보니 YG만의 제작 방식이 있는데도 우리 뜻대로 만들 수 있도록 해줘 놀랐다"고 했다.
에픽하이는 싸이와 함께 YG엔터테인먼트에서 가장 '아이돌스럽지' 않은 뮤지션들이다. 싸이처럼 미국 방송사 CNN에 소개돼 화제가 됐고 아이튠스 미국 힙합 앨범차트 1위에 오르기도 했다. "싸이 형이 '강남스타일' 노래와 뮤비 구상하고 만들 때, 말춤에 대해 이야기할 때 항상 옆에 있었기 때문에 더 기뻐요. 한편으로 우리가 2010년 앨범 '에필로그'를 낸 후 CNN과 인터뷰했다고 들떠 있었던 걸 되돌아보면 정말 창피하죠. 우린 정말 아무것도 아니었는데 말이죠. 하하."(타블로)
고경석기자 kav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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