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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고 학생이 서울대 못가는 까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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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고 학생이 서울대 못가는 까닭…

입력
2012.10.23 1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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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1월 18일 서울대 공대 수시 특기자전형 구술면접 현장에서 학생들에게 문제지가 주어졌다. 30분간 수학 7개 문제를 풀고, 교수 앞에서 15분 동안 풀이를 설명했다. 7개 문제는 복소수의 극형식, 위치벡터, 드 무아브르의 정리 등 모두 대학 교과과정에서 출제됐다. 아무리 창의적이고 고교 과정을 열심히 공부했더라도, 사교육으로 대학 수학의 개념을 배우지 못한 학생은 애초에 합격을 봉쇄당하는 문제였다.

교육시민단체 사교육걱정없는세상과 박홍근 민주통합당 의원은 23일 2012학년도 서울대 특기자전형 구술시험 수학문제 11개 중 10개(90.9%)가 대학과정에서 출제됐다고 밝혔다. 공대 수학문제 7개 중 7개, 자연대 수학문제 4개 중 3개였다. 생물 64.3%, 물리 50%, 화학 25%, 지구과학 12.5% 등 자연계열 전체 57개 문제 중 29개(50.9%)가 대학과정 문제였다. 또 80.7%가 본고사형이었다. 현직 교사 등 전문가 28명이 직접 문제를 분석한 결과다.

서울대 특기자전형은 1단계에서 서류 100%로 일정 배수를 선발하고, 2단계에서 1단계 성적(50%)과 두 과목 구술면접고사(50%)로 선발한다. 2013학년도 서울대 정원이 3,124명인데 이중 55.8%(1,744명)가 특기자 전형이다. 올해부터 수시 일반전형으로 이름만 바뀌었을 뿐이다. 2012학년도에는 전체 정원 중 38%였다.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측은 "영재고, 과학고 출신에게 유리하며, 일반고에서 합격하는 경우도 중학교 때 과학고를 준비한 경험을 바탕으로 상당한 선행학습이 이루어진 학생들이 대부분"이라고 밝혔다. 사교육을 할 수 있는 경제력에 따라 대입 문이 달라진다는 뜻이다.

실제로 현 정권 들어 서울대 신입생 중 일반고 출신은 갈수록 줄어들었다. 일반고 출신 신입생은 2008학년도 75%였으나 2012학년도에 66%로 감소했고, 같은 기간 과학고는 8.9% →11%, 외고ㆍ국제고 7.6% → 12%, 자율형사립고 2.3% → 4.8%로 증가했다.

교육과학기술부와 한국대학교육협의회는 그 동안 대학들의 구술ㆍ논술문제를 감독조차 하지 않다가 올들어 대입 논술고사에 고교과정을 벗어난 문제가 출제된다는 비판이 일자 뒤늦게 고교 교사의 출제 참여 등 대책을 내놓았다.

김승현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정책실장은 "서울대는 다른 대학과 달리 구술면접이 큰 비중을 차지하는데, 이에 대한 감독은 완전히 사각지대에 있었다"고 지적했다. 고려대, 서강대, 연세대, 중앙대 등 사립대는 이번 박홍근 의원실 등의 구술 기출문제 제출 요구를 거부하고 있다.

한편 오연천 서울대 총장은 박 의원에게 전화를 걸어 "구술면접을 개선하겠다"고 전했다고 박 의원 측은 밝혔다.

이진희기자 riv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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