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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아난 자산관리인 잡도록 경찰에 유도하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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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아난 자산관리인 잡도록 경찰에 유도하려 했다"

입력
2012.10.23 1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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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사수신행위로 투자자들에게 큰 피해를 끼쳤던 양재혁(58) 전 삼부파이낸스 회장의 실종 사건은 자작극으로 드러났다.

부산 연제경찰서는 22일 오후5시쯤 남구 대연동 모 커피숍에서 종업원 신고로 출동, 양 전 회장을 붙잡았다고 23일 밝혔다. 경찰은 양 회장을 상대로 납치 여부 등 경위조사를 한 뒤 일단 귀가시켰다.

양 전 회장은 경찰에서 "삼부파이낸스의 남은 자산 2,200억원을 관리하는 정산법인 C사의 하모(63) 대표를 잡기 위해 집을 나섰다"며 "하씨를 잡지 못할 경우 경찰이 하씨를 추적하도록 유도하기 위해 가족에게 실종신고를 내도록 했다"고 진술했다.

지난 7월13일 하씨를 만난다며 집을 나선 양 전 회장은 당일 오후 6시쯤 강원 속초시 한 방파제에서 중국동포로 추정되는 40대 남성 2명을 만났다. 양 전 회장은 이후 2개월 동안 이들과 연락하며 하씨를 추적했으나 결국 포기하고 잠적을 택했다. 각지를 떠돌던 양 전 회장은 지난 3일 부산으로 돌아왔다. 그간 대구의 대형마트 CCTV에 찍히거나 통화기록이 발견되는 등 양 전 회장의 행적이 발견돼 고의 잠적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돼 왔다.

1999년 부산에서 발생한 '삼부파이낸스 사건'은 양 전 회장이 1,100여억원의 고객 돈을 횡령하면서 회사를 도산사태에 이르게 해 무려 6,532명의 투자자에게 총 2,284억원의 손실을 입혀 지역 사회를 큰 충격에 빠트렸다. 이 사건으로 징역 5년형을 받은 양 전 회장은 하씨를 통해 자신의 재산 및 회사의 남은 자산 등 2,200억원을 투입, 삼부파이낸스의 투자자 피해변제와 경영 정상화를 도모했다. 하지만 그가 2004년 출소하자마자 하씨가 곧바로 잠적하면서 법인 자산도 모두 사라져 버렸다. 부산지검은 지난해 11월 C사 횡령사건 수사에 나서 이 회사 간부 2명에 대해 58억원을 횡령한 혐의로 구속했지만, 당시 하씨는 종적을 감춰 지난해 4월 수배를 내렸다.

한편 경찰은 양 전 회장이 가족의 실종신고에도 경찰에 연락을 취하지 않고 일부러 잠적한 부분은 고의성이 있는 것으로 보고 경범죄 처벌을 검토하고 있다. 양 전 회장은 "하씨가 수천억원을 들고 달아났으니 빨리 잡아야한다"며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어 돈의 행방에 대한 경찰 수사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부산=강성명기자 smk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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