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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채왕에 놀아나 기소 잇단 무죄… 검찰 망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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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채왕에 놀아나 기소 잇단 무죄… 검찰 망신

입력
2012.10.23 1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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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위 진술을 바탕으로 기소된 사건에 대해 법원이 잇따라 무죄를 선고했다. 검찰이 협박에 의한 거짓 진술 및 이를 교사한 행위를 파악하지 못하고 결과적으로 억울한 피해자를 만들 뻔했다는 점에서 무리한 수사에 대한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강력부는 사업가 유모(60)씨를 2010년 7월 서울시내 한 호텔에서 윤모(53)씨에게 1,500만원을 강제로 빼앗고, 같은 해 10월에는 한모(53)씨를 협박해 자신의 내연녀로부터 받아야 할 3,000만원의 채무를 포기하는 각서를 쓰도록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하지만 이는 유씨와 사이가 좋지 않았던 서울 명동의 '사채왕' 최모(58ㆍ구속기소)씨의 지시를 받아 윤씨와 한씨가 검찰에서 허위로 진술한 내용이 바탕이 됐다. 최씨의 사주를 받은 두 사람은 정상적인 돈 거래를 공갈ㆍ협박에 의한 부당거래로 둔갑시키는 진술을 했고, 허위 진술을 사실처럼 보이도록 목격자 2명도 추가로 사주해 검찰에서 거짓말을 하도록 했다.

사건은 이들이 법정에서 최씨의 강압에 못 이겨 검찰에서 허위로 진술했다고 밝힘에 따라 반전됐다. 결국 서울중앙지법 형사18단독 이동식 판사는 공갈 및 채권의공정한추심에관한법률 위반 혐의로 기소돼 징역 5년이 구형된 유씨에 대해 최근 무죄를 선고했다. 함께 기소된 나모(46)씨도 무죄가 선고됐다.

서울남부지검에서도 비슷한 사건이 발생했다. 검찰은 지난해 9월 유씨를 A(46)씨를 마구 폭행한 혐의(공갈 및 상해)로 기소했지만, 법원은 지난달 무죄 취지로 벌금 300만원을 선고했다.

검찰은 유씨를 2010년 10월 도박장에서 자신의 내연녀가 A씨로부터 500만원을 돌려달라는 요구를 받자 홧김에 A씨를 마대자루 등을 이용해 때리고 현금 50만원을 가로챘다며 기소했다. 실제로는 유씨가 A씨를 주먹으로 두 차례 때린 것이 전부였는데도, 검찰은 최씨의 '설계'로 조작된 허위 진술을 그대로 받아들여 유씨에 대해 징역5년을 구형했다. A씨 등 최씨 일당은 최씨 집에 모여 유씨가 구속되도록 목격자를 빙자해 허위 진술을 하도록 하는 등 치밀하게 사전 모의한 후 경찰과 검찰에서 각본대로 진술했다.

하지만 양심의 가책을 느낀 최씨 측근들이 재판부에 사실확인서를 제출하고 진술을 번복하면서 사건의 실체가 드러났다. 최씨가 유씨를 처벌받게 할 목적으로 허위 진술을 하도록 주문했다는 것이다. 이 같은 사실은 같은 검찰 식구인 대구지검 서부지청이 최씨를 지난 4월 허위진술을 강요한 혐의로 기소하면서 재차 확인됐다. 동료 검사조차 검찰 수사가 잘못됐다는 점을 인정했지만 서울남부지검은 공소장 변경 없이 그대로 재판에 임했다.

이처럼 최씨 일당이 유사한 방식으로 죄 없는 사람을 법정에 세운 일이 한두 번이 아닌데도 검찰이 이를 파악하지 못함에 따라 부실한 수사력이 도마에 오를 전망이다. 최씨 주변에서는 "청탁수사 대가로 경찰과 검찰 수사관이 최씨 일당으로부터 금품을 받았다"는 이야기도 나돌고 있다. 최씨는 고리의 사채를 빌려주고 받은 이자소득 300억여원에 대한 세금을 탈루한 혐의, 경찰관들에게 수사청탁 및 사건무마 명목으로 금품을 건넨 혐의 등으로 기소돼 현재 재판을 받고 있다.

강철원기자 str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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