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구미국가산업단지 4공단 ㈜휴브글로벌 불산(불화수소) 유출사고가 발생한 지 한 달이 다 되도록 사고 현장에 잔류 불산 탱크로리가 방치돼있어 인근 주민과 업체 근로자들이 불안에 떨고 있다. 당국은 탱크로리를 타 지역 업체로 이전, 잔류 불산을 처리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으나 해당 지방자치단체와 업체들의 반발로 발이 묶이면서 골머리를 앓고 있다.
23일 현지정부종합대책반(이하 대책반)과 구미시, 한국산업단지공단 등에 따르면 지난달27일 불산 유출사고 이후 잔류 불산 13톤이 남아있는 문제의 탱크로리를 울산 H사와 경북 O사 등 타 지역 불산 취급업체로 옮겨 처리하는 방안을 협의했으나 해당 지자체와 업체의 완강한 반대에 부딪혔다. 사고 회사와 경쟁관계인 H사는 "휴브글로벌에서 사고가 발생했을 무렵 이곳에서도 유사한 불산 사고를 겪었다"며 잔류 불산 처리작업을 거절했다. O사도 "당국과 지자체가 탱크로리 이동 사실을 공개하고 이를 시민들이 찬성할 경우 수용할 용의가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해당지역 지자체는 "어림도 없다"는 반응이다.
대책반은 탱크로리에 대한 비파괴검사 등 안전점검 후 휴브글로벌에서 자체적으로 잔류 불산을 처리하는 방안도 검토했으나 불산 저장탱크와 배합, 출고시설, 전기 설비 모두 손상을 입어 기술적으로 처리가 불가능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잔류 불산을 원산지인 중국으로 반품하거나 역수출하는 방안도 강구됐지만 이 역시 현실적으로 어려운 입장이다. 업체의 자체 과실 사고여서 반품 사유에 해당되지 않는데다, 사고 물품은 통관 자체가 금지돼있기 때문이다.
잔류 불산 탱크로리 처리작업이 지연되면서 가뜩이나 사고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는 사고 현장 주변 주민들과 근로자들은 불안감에 떨며 당국의 조속한 조치를 요구하고 있다. 인근 회사 직원 손모(44)씨는 "비파괴검사 결과 잔류 불산의 누출 우려가 없다는 정부 발표를 믿을 수 없다"며 "주변에 있는 것만으로도 불안하니 하루 빨리 다른 곳으로 옮겨 처리해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대책반은 불산 누출로 녹아 내린 사고 탱크로리의 타이어를 새 것으로 바꾸는 등 주요 부품을 교체, 이동 준비를 마쳤으나 정작 목적지를 못 정해 발만 구르고 있다. 대책반은 "구미시가 탱크로리 처리대책을 강구 중"이라고 한발 물러서 있고, 구미시는 "상부와 협의해서 대책을 마련하겠다"며 관계 당국간에 책임 떠넘기기 양상을 보이고 있다.
구미=김용태기자 kr8888@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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