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는 23일 검찰개혁안을 제시하면서 강도 높은 구조 개혁과 함께 대대적인 인적 쇄신을 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정치검찰을 청산하겠다"고 역설한 데서 굳은 의지를 읽을 수 있다. 하지만 정치적 목적의 수사에 대한 문책 방침은 그 자체가 또 다른 정치적 논란을 야기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문 후보는 검찰개혁을 제도 개선과 인적 쇄신이라는 두 방향에서 접근했다. 제도와 관련해선 검찰권력에 대한 견제에 초점을 맞췄고, 인적 쇄신은 수사와 기소에 대한 검찰의 사후 책임을 강조했다. 문 후보는 두 가지를 '정치검찰'이란 하나의 고리로 묶었다. 검찰이 아무 견제도 받지 않다 보니 정치권력이나 금력과 결탁해 수사권과 기소권을 악용하게 되고 그 결과 무수한 피해자가 생겨났다는 것이다.
그는 "검찰이 정권의 하수인이 되고 검은 정치권력의 사병이 돼 사회 전체를 농단하며 국민 위에 군림해 왔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또 "재벌이나 가진 자에 대해서는 봐주기 수사와 솜방망이 처벌로 일관했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문 후보는 우선 '정치검찰'의 중심으로 비판 받아 온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의 직접 수사 기능을 폐지하겠다고 공약했다. 또 검사의 청와대 파견을 금지해 청와대와 검찰의 관계를 공식 관계로 바꾸겠다고 약속했다. 대검 중수부가 청와대 의중에 따라 정치적 목적으로 수사하고 기소하는 것을 원천적으로 막겠다는 취지에 따른 것이다. 중수부 자체의 폐지보다는 정치적 악용을 막는 쪽에 무게를 둔 것이다.
그는 또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신설을 제안했다. 고위 공직자들의 권력형 비리 사건에 대해 눈치 보지 않고 수사하도록 해서 부정부패를 뿌리뽑겠다는 뜻이다. 특히 공수처의 수사 대상과 관련해 "검사의 비리에 대해서도 수사와 기소를 하도록 하겠다"고 말해 공수처가 검찰 견제 기능을 갖게 될 것임을 분명히 했다.
아울러 법무부의 탈(脫) 검찰화를 위해 법무부가 교정ㆍ출입국관리 등의 업무에서 전문성을 살리도록 하고, 국장급 이상에 검사 대신 민간인을 기용하기로 했다. 행정부에 검사를 파견하는 제도도 전면 재검토하기로 했다.
문 후보는 특히 "이명박 정부 하에서 검찰은 부당한 수사와 기소, 봐주기식 수사 등을 통해서 정치에 개입해 왔다"면서 "진실과 원인을 규명한 뒤 정치적 의도가 개입됐다면 책임을 묻고 재발 방지 대책을 수립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문책되지 않는 성역이 일절 없도록 제대로 개혁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는 정치적 목적을 가진 수사나 기소의 경우 사후적으로라도 반드시 검사의 책임을 묻겠다는 것이다. 그는 시민참여형 검찰위원회의 권한을 강화해 이 같은 책임이 인사에 반영되는 시스템도 마련하기로 했다.
문 후보는 검ㆍ경 수사권 조정 문제에서도 검찰 견제를 이유로 들어 경찰의 손을 들어줬다. 검찰이 기소권을 갖는 대신 수사권은 경찰이 가져야 두 기관 사이에 견제가 가능하다는 게 문 후보 측의 논리다.
양정대기자 torc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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