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의 물음표가 다시 커지기 시작했다.
정영두(38)씨는 한국 무용계에서 보기 드물게 인문학적 성찰에 바탕을 둔 작품을 만드는 안무가로 꼽힌다. 연극배우로, 또는 무용가이자 안무가로 활동하며 때로 뮤지컬 연출을 맡는 등 장르를 넘나들며 활동하는 예술가이기도 하다.
11월 17, 18일 LG아트센터에서 공연되는 무용 작품 '먼저 생각하는 자-프로메테우스의 불'은 그의 안무 신작이라는 이유만으로도 호기심을 자극한다. 2010년 그의 창작 작업 중 가장 큰 앙상블로 대극장 무대에 올린 '제7의 인간'으로 이주민의 아픔에 대한 화두를 던지며 호평을 받았던 그가 이번에는 기술 발달과 인간 행복의 상관관계에 대한 질문을 품고 무대를 꾸민다. "예술의 가장 큰 역할은 당연한 것들에 대한 저항"이라는 그를 19일 LG아트센터에서 만났다.
"지난해 일본 극단 마레비토 시어터 컴퍼니의 작품에 참여하면서 한국과 일본을 오가던 중 후쿠시마를 답사할 일이 있었어요. 원전 사고 이후 이주 명령이 내려졌지만 여전히 일상을 살고 있는 노년의 주민들을 보면서 예술가로서 저를 반성하게 됐죠. 인류가 이토록 괴물 같은 기술과 공존하고 있는데 기술과 과학은 예술가의 영역이 아니라고 치부해 왔으니까요."
그는 이 작품을 통해 '기술 진화로 삶이 풍요로워진다'는 당연시 되는 사회 논리에 의문을 제기한다. 이를 위해 제우스를 속이고 인간에게 불을 준 그리스 신화의 프로메테우스 이야기를 모티프로 활용했다.
고교 졸업 직후 1992년 극단 '현장'에서 연극을 시작한 그는 94년부터 무용 무대에 섰다. 그러다 99년 늦깎이로 한국예술종합학교 무용원 창작과에 입학하면서 본격적으로 안무가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2003년에는 '두 댄스 씨어터'를 창단해 10여명의 무용수와 함께 활동하고 있다.
그는 무용을 하면서 "몸의 언어를 이해하려면 관객은 말을 대할 때보다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여야 하지만 그만큼 그 감동은 오래 머문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무용을 하지 않았다면 삶을 한 발짝 떨어져 관조하는 힘을 키우지 못했을 것"이라는 그의 작품은 그래서 사색적이고 철학적이다.
그는 2004년 '내려오지 않기'로 일본 요코하마 댄스 컬렉션 솔로ㆍ듀엣 경연대회에서 대상과 주일 프랑스대사관 특별상을 받는 등 국외에서도 안무 실력을 인정 받았다. 내년 초에는 일본의 비영리기구 현대무용네트워크(JCDN) 초청으로 후쿠오카에서 한 달 간 머물며 현지 예술가들과 협업한다. 같은 해 하반기에는 아오모리에서 공동 작업이 예정돼 있다. 요즘 문화예술계가 주목하는 국제 활동을 다양하게 하는 셈이지만 그는 자신의 활동을 '국제사업'의 범주로 묶는 것은 경계했다. "어디에서 작품을 선보이느냐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예술가의 궁극적 목표는 나 스스로를 완성하는 나만의 길을 충실히 가는 거겠죠."
김소연기자 jollylif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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