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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논쟁] 투표시간 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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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논쟁] 투표시간 연장

입력
2012.10.23 1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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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대 대선을 앞두고 투표시간 연장 문제가 핫이슈로 부각됐다. 지난달 국회에서 투표마감시간을 오후 6시에서 2시간 늘리자는 투표시간 연장 법안이 발의되면서 찬반 논란이 뜨겁다.

여야의 인식은 갈린다. 민주통합당은 투표시간 연장을 통해 국민의 참정권을 보장해야 한다는 입장인 반면 새누리당은 반대다. 대선을 코 앞에 두고 룰을 바꾸면 혼란이 일어날 수 있고, 국민들이 늦은 시간까지 개표를 지켜보는 데 따른 사회적 비용과 운용 비용의 증대 등 실효성 또한 낮다는 것이다.

투표시간 연장 논란은 저조한 우리나라의 투표율과도 연관성이 있다. 2000~2009년 치러진 선거의 평균 투표율이 56.9%로, 같은 기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의 평균 투표율(71.4%)에 크게 미치지 못하고 있다. OECD 국가 중 26위다.

선출직 공직자의 대표성과 정당성은 높은 투표율로 뒷받침 되는 만큼 투표율 제고는 반드시 필요하고, 투표연장 논의도 이런 측면에서 이뤄져야 하지만 여야는 줄다리기만 하고 있다.

투표시간 연장 법안을 발의한 진선미 민주당 의원은 "국민들은 시간이 더 필요하다고 하는데 새누리당은 왜 지금 시간으로도 충분하다고 하는지 모르겠다"며 "가장 손쉽고 효율적인 투표권 보장 방법인 투표시간 연장 법안은 받아들여져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박성효 새누리당 의원은 "투표소가 늘어나는 등 투표 여건이 좋아져도 투표율이 계속 떨어지는 것은 투표시간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정치에 대한 무관심 때문"이라며 "투표소 재배치, 부재자 투표 확대 같은 효율적이고 실직적인 방안들을 우선 활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선거일에도 일해야 하는 서민 많아 시간 연장이 투표권 보장 효율적 방법"

●찬성 진선미 민주당 의원

20년 전부터 시간 연장 논의 국민들의 기본권 보장 앞장서야

투표시간을 연장해야 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많은 유권자들이 선거일에도 근무를 하느라 정해진 시간에 투표를 못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비정규직 노동자, 아르바이트생, 중소 자영업자, 농어민 등 공휴일이라고 쉬거나 일찍 퇴근할 수 없는 유권자들은 너무나 많다. 투표권은 국민의 기본권이기 때문에 헌법에 따라 국가는 국민이 투표에 참여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그리고 투표시간 연장은 가장 쉽고 효율적인 투표권 보장 방법이다. 국민들의 투표권 보장을 위해 국가가 이 정도도 못한다면 제대로 된 민주주의라고 할 수 없다.

새누리당에서는 여러 이유를 들어 투표시간 연장에 반대하고 있다. 우선 '현행 제도에서도 투표시간이 충분하다'는 이유를 든다. 이러한 주장의 요지는 우리나라만 선거일을 공휴일로 지정하고 있으며, 여타의 국가에 비해 투표시간이 짧지 않다는 것이다. 그러나 실제로 외국에서도 선거는 보통 일요일이나 휴일에 한다. 다만 우리나라와 달리 '법적 공휴일'이란 개념 자체가 없을 뿐이다. 그리고 영국과 미국에서만 평일에 투표를 하는데, 유권자들의 투표시간은 철저하게 보장된다. 그리고 우리나라의 투표마감시간은 주요 국가들에 비하면 이른 편이다. 그런데 중요한 건 외국과의 비교가 아니라 실제로 투표할 시간이 없다고 말하는 우리 국민들이다. 국민이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데, 왜 굳이 현행으로도 충분하다고 반론하는 것일까. 이러한 새누리당의 행태를 두고 속담에서는 '상전 배부르면 종 배고픈 줄 모른다'고 한다.

다음으로 새누리당은 '투표시간 연장 논의가 성급하다'는 이유로 반대한다. 이 주장의 요지는 선거를 앞두고 룰을 바꾸면 안 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투표시간 연장은 거의 20년 전부터 현재까지 지속적으로 제기된 주장이다. 투표시간이 현행 오후 6시까지로 굳어진 것은 1994년 '공직선거 및 선거부정방지법(현 공직선거법)'이 제정되면서부터다. 그런데 제정 직후인 94년 11월 선거관리위원회에서는 투표마감시간을 오후 7시까지로 연장해야 한다는 개정의견을 국회에 제출했다. 당시에도 민자당이 반대해 투표시간 연장은 이뤄지지 않았다. 이처럼 '투표마감시간 6시'는 법 제정과정에서 임의적으로 결정된 것이고, 만들어질 때부터 너무 이른 것 아니냐는 비판을 받은 규정이다.

한국사회에서 비정규직이 많아지고 투ㆍ개표 시스템이 개선되면서 투표시간 연장 주장은 꾸준히 있어왔다. 2000년대 초반부터 노동계와 시민사회는 꾸준히 투표시간 연장을 요구했고, 18대에서는 민주당 의원뿐 아니라 새누리당 의원들도 투표시간 연장 법안을 발의했다. 이번 대선을 앞두고 갑자기 투표시간 연장 논의가 시작된 것이 아니라, 그간 쌓였던 투표시간 연장 요구가 선거를 앞두고 있으니 더 기다리지 못하고 쏟아져 나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새누리당은 민주당이 정략적인 이유로 투표시간 연장을 요구한다고 주장한다. 투표시간 연장이 어느 정당에 유리할지는 사실 알 수 없다. 그래도 일단 민주당에 유리하다고 해보자. 그렇다면 새누리당은 민주당에 유리하다는 이유로 국민의 기본권 보장을 반대하고 있는가? 모든 정당은 국민의 권리와 행복을 위해 일하며 국민의 지지를 얻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민주당은 서민과 노동자들의 권리를 보장하고 그들의 삶을 개선시키기 위해 뛸 것이다. 투표시간 연장도 그 일환이다. 이러한 노력이 '정략적'이라면 민주당의 요구는 정략적이다.

대통령이 바뀌면 국민의 삶도 바뀐다. 이번 대선을 앞두고 투표시간 연장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이번에도 많은 노동자들의 삶은 자신들이 선택하지 않은 결과에 따라 달라질 것이다. 투표권은 법적으로 주어지는 것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투표권을 실질적으로 보장하기 위한 많은 제도와 노력 속에서 보장된다. 먹고 사느라 투표할 시간이 없다는 서민들의 투표권조차 보장하지 않은 후보가 서민들의 먹고 사는 문제를 해결해줄까? 투표시간 연장은 각 후보의 경제민주화 실천 의지를 미리 보여주는 가늠자다.

"투표율 하락은 유권자의 무관심 때문… 대선 코앞에 두고 정략적 이용 말라"

●반대 박성효 새누리 의원

외국 대부분 12시간 넘지 않아 부재자 투표 확대 등 대안 찾아야

대선 투표율이 계속 낮아지고 있다. 15대 대선 때 80.7%이던 투표율은 16대 70.8%, 17대 때 63.0%를 기록했다. 투표시간이 부족해서 낮아진다고 보지 않는다. 투표소가 많아지는 등 투표여건이 좋아졌는데도 투표율이 낮아졌다는 것은 정치권에 대한 관심이 낮아졌기 때문이라고 봐야 한다. 다른 차원에서 투표율을 올리는 효율성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

시간을 내기 어려운 사람들은 부재자 투표를 통해 할 수 있는데 굳이 추가 비용을 들여가며 투표시간을 연장할 필요는 없다. 게다가 내년에는 투표소가 설치된 곳 어디에서나 선거인이 투표를 할 수 있게 된다. 투표시간을 2시간 연장할 경우 투표와 개표 사무원 인력을 늘려야 해, 선거비용이 100억원 가량 늘어나게 된다. 추가인력도 11만8,000명 정도 필요하고 개표 자체가 지연된다. 야당에서는'참정권 확대를 위해서','유권자가 원하며','세계적인 추세'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이는 정치적 무관심을 정략적으로 이용하기 위한 선거전략에 불과하다.

투표시간 연장보다 더 효율적이고 실질적인 방안들이 있다. 투표소 재배치, 부재자 투표 확대 등 기술적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우선이지 단순한 시간 연장으로 문제를 해결하려는 것은 대선을 겨냥한 정치 술수에 불과하다. 특히 부재자투표를 미국의 조기투표 제도처럼 확대 운용할 수도 있을 것이다. 2009년 미국 대선에서는 34개 주에서 선거일 전 조기투표가 실시됐는데, 총 유권자 약 1억3,000만명의 30%에 달하는 4,000만여명이 참여한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조기투표는 세계 45개국에서 실시하고 있다.

야당에서는 투표시간 연장에 대해 여론조사를 하고 그 결과에 따라서 대선 전에 법을 개정하자고 제안했다. 하지만 9월23~24일 한국갤럽에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투표시간 연장에 반대하는 사람이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현행 오후 6시에서 9시까지로 투표 시간을 연장하는 안에 대한 의견을 물은 결과에 따르면 '투표 시간을 오후 9시까지 연장해야 한다'(48%)는 의견보다 '오후 6시까지만 해도 충분하다'(50%)는 의견이 더 많았다. '모름/의견없음'은 2%였다.(만 19세 이상 성인 605명 대상, 표본오차 ±4.0%포인트, 95% 신뢰수준)

선거일에 근무하는 근로자들을 위해 투표시간 연장을 주장하기도 하는데 이는 자칫 임시 공휴일로 지정한 취지가 훼손될 우려가 크다. 투표시간이 연장되면 애초에 근무를 안 하던 직장도 (퇴근 후 투표하면 되니까) 근무를 하게 될 것이고, 탄력 근무하다가 정상 근무하는 업체도 생길 것이다. 차라리 근로기준법에 투표시간(1~2시간 등)을 특정해 참정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이 더욱 실효적일 수 있다.

야당에서는 국가별 투표시간을 비교하며 한국이 외국에 비해 투표시간이 짧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프랑스, 독일, 호주는 우리보다 짧은 10시간, 필리핀은 8시간 밖에 되지 않으며 캐나다는 우리나라와 똑같은 12시간이지만 평일에 투표한다. 캐나다뿐만이 아니다. 미국, 영국 등 대부분의 선진국은 평일에 투표한다. 투표일이 휴일인 나라의 투표시간은 대부분 12시간을 넘지 않는다.

여론조사와 해외 사례를 검토한 결과만 놓고 보면 사실 투표시간 연장이 야당에서 주장하는 것처럼 투표에 대단한 영향을 준다고 보기는 어렵다. 특정 후보를 강력하게 지지하는 유권자들은 다소 여건이 어렵더라도 꼭 투표하려고 할 것이다. 반면 투표에 큰 관심이 없는 사람은 아무리 투표시간이 길어도 투표소에 가지 않을 것이다.

참정권 보장을 위한 실효적인 방안은 마땅히 모색되어야 한다. 투표소 재배치, 부재자투표의 확대 활용, 조기투표제도 도입, 근로기준법의 투표시간 명시 등의 제도적 보완, 인센티브제 쳬?등 투표율을 높일 수 있는 방안이 논의되어야 할 것이다. 선거를 코앞에 두고 이슈화하지 말고 평소에 논의한다면 국민으로부터 더욱 환영 받을 것이다. 투표시간 연장을 고민할 것이 아니라 투표율을 높이기 위한 고민의 시간을 연장해야 한다.

정민승기자 msj@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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