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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경환 칼럼/선거전략과 과거사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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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경환 칼럼/선거전략과 과거사 문제

입력
2012.10.23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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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박근혜가 흘린 세부적 사실의 부정확은 고도의 전략

‘아름다운’ 단일화만이 실낱같은 희망 살릴 것

새누리당의 박근혜 후보가 정수장학회 문제에 대한 자신의 입장을 밝혔다. 더없이 당당했다. 예상 밖이라는 세평이다. 불과 몇 주 전에 5ㆍ16, 유신, 그리고 인혁당사건이 헌법질서를 훼손했다고 사과했던 게 오히려 이상했다. 유신과 인혁당 건은 그렇다 치고 5ㆍ16까지 물러선 것은 필시 일시적 일탈이었을 것이다. 혁명이었든 쿠데타였든 5ㆍ16이 근대화, 산업화의 일등공신이라고 믿는 것은 그분과 구세대 지지세력의 정체성의 일부다.

언론은 박 후보가 ‘내우외환’을 자초했다고 한다. 그러나 필자의 생각은 다르다. 오히려 ‘선거의 여왕’의 기지가 빛나는 전략이 아닐까 싶다. 선거쟁점이 과거사에 묶여 있는 한 야권의 승산은 없다. 박 후보가 흘린 세부적 사실의 부정확이 계속 논쟁을 부추기고 있다. 이 또한 고도의 전략일지 모른다. 야당이 거세게 반발한다.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그럴수록 박 후보의 선거전략에 말려들 것이다. 야권에 도움을 줄 젊은 유권자들에게 과거사는 별반 중요하지 않다. 오히려 구세대의 소모적인 정쟁처럼 비칠 뿐이다. 과거사 대신 현재의 문제를 짚어주고 미래에 대한 희망을 제시해야만 비로소 기꺼이 투표소로 달려갈 것이다. 박 후보의 전략의 핵심은 문, 안, 두 후보의 분리 견제전략이다. 그를 지지하는 언론도 교묘하게 방조하고 있다. 과거사 문제로 양당 사이에 격론이 이어지는 한 박 후보의 승리는 떼놓은 당상이다. 그러니 야권은 과거사 시비에 더 이상 휘말리지 말고 의제를 전환하여 승부에 나서기 바란다. 과거사가 중요하지 않다는 뜻이 아니다. 다만 선거전략으로서의 효용이 높지 않다. 과거사는 기존 지지세력의 결속을 강화하는 의미는 있다. 그러나 반대세력을 전향시키는 효력은 전혀 없다. 엷은 부동층 또한 과거사보다는 현재의 일이 관심사다.

문재인, 안철수, 양자 ‘단일화’의 화두는 이미 장마철 과일처럼 신선도가 퇴색했다. ‘기호난하’(騎虎難下), 호랑이 등에 올라탄 사람이 좀체 내리기 어렵다. 명분과 실리가 일치해야만 한다. 초임교수 시절에 겪은 1987년 대선의 악몽이 되살아난다. 김영삼, 김대중 두 후보의 단일화가 민주화를 앞당기는 관건이라고 누구나 믿었다. 그러나 양 후보 진영에서는 마지막 순간까지 각각 자신들이 승리한다고 확신하고 있었다. 이른바 ‘4자 필승론’이었다. 옆에서는 너무나 뚜렷하게 보였지만 당자들은 그게 아니었다. 행여 이번에도 그때 그 악몽이 재현되지나 않을까 노심초사다.

18대 대통령 선거, 현재의 3자 구도로는 야권후보가 절대로 이길 수 없다. 안철수, 문재인, 둘 다 무참하게 패할 것이다. 단 몇 표가 아쉬운 판에 ‘진보’ 정당의 출사도 적지 않은 약점이다. 두 후보들 사이에 단일화가 이루어지더라도 매우 힘든 승부다. 부작용을 최소화하고 상승효과를 극대화시키는 ‘아름다운’ 단일화라야만 실낱같은 희망이 남아있을 뿐이다. 그러기에는 이미 너무 멀리 왔다는 우려마저 확산되고 있다. 안 후보는 문 후보를 구태의연한 정당정치의 유민(遺民) 정도로 치부하여 ‘직접민주주의’를 내세우기도 한다. 민주당 측은 안 후보의 ‘무소속’ 약점을 공격적으로 찔러댔다. 그러나 이제는 서로가 서로를 추스를 때다.

시간이 촉박하다. 정책 제시, 민주당의 쇄신, 후보 단일화에 총력을 쏟기 바란다. 문 후보 측은 비록 정당은 없으나 엄연히 무거운 실체가 감지되는 안 후보의 지지세력이 원하는 바가 무엇인지 보다 성의 있게 성찰하기 바란다. 안 후보 측 또한 선호의 우위를 정해야 한다. 진정 원하는 것이 정치쇄신인가, 정권교체인가를. 물론 둘 다 단숨에 얻을 수 있다면야 최선이다. 그러나 그게 어려우면 차선이라도 얻어야 할 것이다. 이미 의회를 장악한 새누리당에게 행정권마저 내 줄 것인지, 아니면 그것만은 반드시 뺏어낼 것인지를 결정해야 할 것이다. 선거는 최선이 아니면 차선, 그도 저도 아니면 최소한 최악을 피하고 차악을 택하는 의식이다. 국민도 그리 알고 있다.

*‘안경환 칼럼’은 안 교수 개인 사정으로 이번 회로 마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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