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과와 배는 가을 과일의 왕좌를 겨룬다. 맛과 영양, 저장기간 등에서 우열을 가리기 힘들다. 새콤한 향미는 사과가, 입안 가득 차오르는 시원한 과즙은 배가 한 수 위다. 둘 다 알칼리성 식품으로 비타민C 등 항산화 성분이 풍부하고 성인병에 좋다. 사과에 많은 팩틴은 정장(整腸)과 변비에 좋고 콜레스테롤 흡수를 막아준다. 암과 치매, 파킨슨병 등 뇌질환을 예방하는 물질들도 함유하고 있다. 하루 사과 1개면 의사가 필요 없다는 말은 빈말이 아니다.
▦배는 피로회복과 면역기능에 좋은 유기산과 비타민, 아미노산, 플라보노이드 성분을 다량 함유하고 있다. 배의 무기성분인 칼륨과 칼슘 등은 혈액을 중성으로 유지시켜 준다. 배의 식이섬유 석세포는 이에 낀 프라그를 제거하고 대장암 예방, 혈당억제 효과가 있다. 사과와 배는 인간의 입맛을 놓고 경쟁을 하고 있지만 알고 보면 무ㆍ배추처럼 친근한 집안관계다. 연변 조선족은 함경남도 북청의 사과나무를 돌배나무에 접붙여 핑궈리라는 뛰어난 과일을 만들어 내기도 했다.
▦영주사과와 나주배가 손을 잡는다. 경북 영주시와 전남 나주시는 각각 국내 사과와 배의 최대 주산지. 나주배는 더 이상 설명이 필요 없다. 영주사과는 소백산 자락 맑은 물과 공기, 수확기의 큰 일교차 덕에 향미가 뛰어나고 과육이 단단하다. 나주와 영주는 대통령직속 지역발전위원회가 공모한 창조지역사업에‘영주사과+나주배’ 공동마케팅 사업을 신청해 선정됐다. 두 시는 고을 주(州)자 돌림 14개 지자체협의체인‘전국 동주(同州) 도시협의회’회원이기도 하다.
▦사과와 배의 꽃말인‘희망’과‘연모’에 착안,‘서로 사과하면 배가되는 영호남 기쁨 창조 사업’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영호남지역 농업 첫 상생 모델인 이 사업에는 내년도 예산 8억원이 책정됐다. 두 시는 어제 서울 청계광장에서 업무협약체결식과 함께 공동 마케팅 행사를 가졌다. 공동브랜드와 포장재를 개발해 내년 설에 첫 상품을 내놓을 계획이다. ‘영주사과와 나주배의 새콤달콤 사랑이야기’가 영호남 화합과 상생의 좋은 본보기가 되길 바란다.
이계성 수석논설위원 wks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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