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미 카터(88) 전 미국 대통령이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에서 미국의 영향력은 제로”라며 버락 오바마 정권의 외교 정책을 정면으로 비판했다.
전직 국가 수반들의 모임인 '디 엘더스(The Elders)' 그룹의 일원으로 예루살렘을 방문한 카터 전 대통령은 22일 “1967년 ‘6일 전쟁’ 이후 45년 만에 팔레스타인 문제에 대한 미국의 역할이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며 오바마 대통령의 정책 실패를 원인으로 꼽았다. 그는 “그간 미국의 모든 대통령은 팔레스타인 독립국가 수립을 허용하는 ‘2국가 해결 방안’을 지지했지만 지난 2, 3년간 미국은 그저 논란을 피하기 급급했다”고 지적했다. 미국의 영향력이 쇠퇴함에 따라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2국가 해결 방안을 폐기하고 요르단강 서안에서 이스라엘의 통제력을 확대하는데 온 힘을 기울이고 있다는 것이다.
카터 전 대통령은 “미국은 이스라엘의 이 같은 움직임을 막는 중요한 장벽이었지만 지금은 그저 잠을 자고 있다”며 “미국이 협상 중재자로서 능력을 상실하면서 이스라엘이 원하는 대로 사태가 흘러가는 것은 매우 실망스러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또 “현재 2국가 해법이 죽음의 기로에 놓여있지만 세계가 이를 외면한 비극적인 상황에 화가 나고 역겹고 애통하다”며 심경을 토로했다.
디 엘더스 맴버인 메리 로빈슨 전 아일랜드 대통령도 “우리는 2국가 해법의 가능성이 은밀하게 훼손되는 사태에 주의를 환기시키기 싶다”고 말했다. 로빈슨 전 대통령은 디 엘더스 그룹이 동예루살렘 지역을 방문할 때마다 유대인 정착촌이 늘어나고 팔레스타인 거주지가 점점 줄어드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고 말했다.
카터 전 대통령은 앞서 21일 사석에서 팔레스타인이 유엔 정회원국 지위 획득 노력을 계속해 나가야 한다고 촉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팔레스타인의 지위 승격을 반대하는 오바마 행정부의 기조를 반박한 셈이다. 디 엘더스는 24일 무함마드 무르시 이집트 대통령과 회동한다.
황수현기자 so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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