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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세탁 오명 바티칸은행 '금융계 007 본드' 영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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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세탁 오명 바티칸은행 '금융계 007 본드' 영입

입력
2012.10.23 1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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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 계좌 수는 3만3,000여개에 불과하지만 63억유로(9조원)의 자산을 보유하고 있고, 개인고객은 사절한 채 수도원 등 전세계 150여개국에 위치한 가톨릭 종교단체들만을 대상으로 하는 금융기관. 전세계에서 가장 폐쇄적인 은행이라는 교황청산하 바티칸은행(IOR)이다. 끊임없이 자금세탁 의혹 등을 받아온 IOR이 투명성 제고를 위해 금융계의 007 제임스 본드를 영입한다. 영국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IOR이 스위스 출신의 변호사 레네 브루엘하르트(40)를 은행장에 임명했다고 20일 보도했다.

브루엘하르트는 2004년부터 최근까지 스위스와 오스트리아 사이에 위치한 도시국가 리히텐슈타인의 금융정보원(FIU)에서 일했다. 2010년 금융정보원장에 임명된 그는 곧바로 세계 최대 조세피난처 중 하나로 검은 돈들이 모이던 리히테슈타인의 금융시스템을 개혁했다. 2010년부터는 세계 130여개국 금융당국의 금융정보 공유 협의체인 에그몬트 그룹의 수장으로도 활동하며 돈세탁 방지 등에 탁월한 능력을 발휘했다. 브루엘하르트는 이 기간 중 뛰어난 업무수완과 잘 생긴 외모로 금융계의 제임스 본드라는 별명을 얻었다. 바티칸은 “바티칸과 리히텐슈타인은 모두 도시국가”라며 “리히텐슈타인 금융개혁을 성공적으로 이끈 경험이 바티칸에서도 이어질 것”이라고 기대했다.

브루엘하르트는 “금융 스캔들에 얼룩진 바티칸의 투명성을 높이는 작업을 하겠다”고 밝혔다. 1942년 설립된 IOR은 3월 미국 국무부로부터 북한 등과 함께 처음으로 자금세탁 우려국에 포함됐을 정도로 금융 투명성이 바닥이다. 2010년에는 이탈리아 검찰로부터 돈세탁 혐의로 자산 2,300만유로(345억원)를 동결당했다가 지난해 6월 가까스로 해제됐다.

이코노미스트는 “IOR은 20년 전에도 이탈리아 최대 사기 사건 중 하나였던 방코 암브로시아노 은행 붕괴에도 연루됐었다”며 “제임스 본드의 임무는 수십 년 째 이어져온 은행의 검은 역사를 밝게 비추는 것”이라고 전했다.

이태무기자 abcdef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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