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22일)부터 우리동네 지킴이 순찰대가 활동하고 있습니다."(광주지방경찰청 관계자) "예? 무슨 말씀이세요. 아직 상부에서 어떻게 순찰하라는 지침이 없어서 우리동네 지킴이 순찰대원은 활용하지 않고 있는데요."(광주 A경찰서 파출소 직원)
광주지방경찰청이 최근 의욕적으로 만든 '우리동네 지킴이 순찰대'의 운영을 둘러싸고 일선 파출소 등과 엇박자를 내면서 실효성 논란이 일고 있다. 경찰은 아동ㆍ여성 관련 범죄 예방을 위한 순찰 강화라는 명분을 내세워 주민들 중심의 순찰대를 조직했지만 기존의 자율방범대와 역할이 겹친 데다, 순찰대원도 여성 위주로 구성되면서 경찰 내부에서조차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광주지방경찰청이 우리동네 지킴이 순찰대 발대식을 가진 것은 지난 18일. 순찰대는 광주지역 모든 동(洞)에서 지역 실정에 밝고 활동력 있는 주민과 자원봉사자 364명으로 구성됐다. 순찰대원들은 각 지구대와 파출소에 배치돼 매일 오후 8~11시 범죄취약지역에 4~5명씩 2인1조로 경찰관과 함께 원룸촌ㆍ공원ㆍ주택가 등 성범죄 취약지역을 순찰하는 게 임무다.
그러나 일선 파출소 현장 등에선 순찰대원들이 활동하는 모습을 거의 찾아볼 수 없다. 상부에서 순찰대 운영과 관련된 구체적 지침이 없다는 이유로 이들을 현장 순찰에 활용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실제 상당수 파출소들은 순찰대를 기존 자율방범대와 협력 순찰하도록 할 것인지 여부도 결정하지 못한 채 우왕좌왕하고 있는 실정이다.
한 파출소 직원은 "아직 운영지침이 내려오지 않았는데 마음대로 순찰대원들에게 순찰하도록 할 수 없지 않느냐"고 말했다. B경찰서 관계자도 "일단 '만들어 놓고 보자' 식의 치안 행정으로는 순찰대 운영이 성공할 수 없다"고 꼬집었다.
순찰대의 순찰 활동을 놓고도 경찰 안팎의 회의적인 반응들이 적지 않다. 경찰은 순찰대원들이 아동ㆍ여성 대상 성범죄와 학교 폭력 등 각종 범죄요인을 발견하면 신속히 112에 신고하도록 하고 이들과 핫라인으로 연결했다. 순찰대를 범죄신고요원 정도로 활용하겠다는 의도가 엿보이는 대목이다. 순찰대원의 70% 가량이 여성인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C경찰서의 한 자율방범대원은 "현장 순찰을 하다 보면 불가피하게 범인 검거를 하는 등 물리력을 사용할 때가 있는데 여성들이 할 수 있겠느냐"며 "더구나 자율방범대원들과 순찰대가 협력해 합동 순찰을 하면 보다 효율적일 텐데 경찰은 이마저도 외면하고 있어 순찰대를 왜 만들었는지 의구심이 들 정도다"고 말했다.
경찰 안팎에선 우리동네 지킴이 순찰대가 이금형 광주경찰청장의 치적 쌓기용 '관제(官制) 순찰대'라는 뒷말도 흘러나오고 있다. 실제 순찰대 구성은 이 청장의 적극적인 의지로 이뤄졌던 것으로 알려졌다. 더구나 순찰대원도 경찰이 각 동사무소에 추천해 줄 것을 요구해 선정한 데다, 광주시의 예산 지원을 받아 순찰대원용 안전조끼와 모자, 경적, 손전등 등 복장과 휴대장비를 구입해 지급했다. 전액 회비로 운영되고 있는 자율방범대에 비해 자발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D경찰서의 한 관계자는 "솔직히 우리동네 지킴이 순찰대의 실효성은 크지 않을 것"이라며 "하지만 지역 사정을 잘 알고 있은 순찰대원을 활용할 경우 범죄 수사에도 도움이 될 수 있는 만큼 내실 있게 운영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안경호기자 kha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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