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업이 운영하는 제주국제학교가 서울 강남3구 부유층 출신 학생들의 귀족학교로 변질돼 위화감을 조성한다는 지적이다. 더욱이 연간 학비가 5,000만원에 육박하지만 방만한 운영으로 매년 수백 억원의 적자를 보고 있다.
23일 이노근 새누리당 의원이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JDC)에서 받은 국감자료에 따르면 공기업인 JDC가 지난해 9월 설립한 국제학교 'NLCS제주'의 지난해 입학생 436명 중 서울과 수도권 출신 학생이 290명으로 67%나 됐다. 이 중 강남3구(강남ㆍ서초ㆍ송파) 출신은 161명, 분당구 출신은 43명으로 각각 서울과 경기 출신 입학생의 76%와 55%를 점했다. 반면 제주 출신은 29명, 부산ㆍ인천 출신은 각각 19명과 5명에 그쳤다.
NLCS제주의 연간 학비는 5,000만원에 육박한다. 끼니당 4,000원인 급식비를 제외하고 등록금과 기숙사비를 합쳐 초등학교부터 고등학교까지 3,900만∼4,500만원 선이다. JDC가 이달 29일 개교 예정인 제주의 또 다른 국제학교 'BHA'는 연간 학비가 4,300만∼4,800만원이다.
학비가 이렇게 비싼데도 장학금 혜택은 수업료 전액 면제 1명을 포함해 연간 4명에게만 주어진다. 학교가 만성적 적자구조인데다 장학금 규모를 수업료 수입의 2% 내로 제한해 장학금 수혜가 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처럼 학비는 비싼 데 장학금 혜택은 턱없이 부족하다 보니 서민들에겐 입학 기회가 사실상 원천 봉쇄된 셈이다.
학교 운영도 부실하다. JDC가 100% 출자한 ㈜해울이 운영을 맡고 있는데, 현재 차입금(3,746억원)이 JDC 자본금(3,638억원)보다 많아 국회 예산정책처로부터 방만 경영을 지적 받은 상태다. 그런데도 학교는 원어민 교사들에게 7,000만원의 연봉 외에 항공료와 이주지원비 등 1인당 수천 만원을 추가 지원하고 있다. 또 영국계 학교 상표 사용과 교육 노하우 등의 로열티로 37억원이 지급됐고 앞으로도 879억원을 추가 지급해야 한다.
이 때문에 지난해 NLCS제주의 적자는 128억원에 달했고 2015년까지 205억원의 추가 적자가 예상된다. BHA가 개교하면 적자는 더 늘어날 전망이다. 이런데도 JDC는 국제학교 12개를 추가 유치한다는 방침이다.
배성재기자 passi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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