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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원=생존" 몸집 키우는 신흥 메이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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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원=생존" 몸집 키우는 신흥 메이저

입력
2012.10.22 1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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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日기업의 약진

中, 2년새 476억弗 투자… 日기업도 작년 1조엔 들여

자원기업 인수 잇따라… 美·러 등 전통 강국 추격

곡물까지 전선 확대

美카길 등 4대 메이저에 日종합상사들 '도전장'

막강한 자금력 바탕으로 시장지배력 점차 확대

자원ㆍ곡물 확보를 위한 글로벌 경쟁이 점점 더 거세지고 있다. 국가 생존을 위한 각국 정부의 자원 외교도 뜨겁지만, 막대한 부가가치를 노린 기업들의 혈투 또한 치열하다.

세계 자원ㆍ곡물전쟁의 중심에는 일본 종합상사들이 있다. 일본경제의 위축에도 불구하고 이들의 힘은 더 커지는 상황이다. 외환위기 이후 침몰직전까지 갔다가 최근 자원기업으로 재기를 노리는 한국의 종합상사들에게도 많은 점을 시사한다.

지난 8일부터 10일까지 한국을 국빈 방문한 테인 세인 미얀마 대통령을 우리 정부는 극진히 모셨다. 전용기가 없는 테인 대통령의 '안락한' 입ㆍ출국을 위해 정부는 대한항공측에 요청해 대형기종의 비행기를 제공토록 했고, 국내 이동 때에는 이명박 대통령의 공군 전용기와 전용 KTX열차까지 내줬다. 지방산업시찰에는 홍석우 장관이 동행했다.

동남아의 저개발국인 미얀마 대통령을 우리 정부가 이토록 환대한 것은 풍부한 천연자원 때문이었다. 미얀마 민간정부는 현재 개혁ㆍ개방정책을 강화하고 있는데, 유연탄 우라늄 구리 철 니켈 아연 등 풍부한 자원개발권을 확보하기 위해 전 세계 주요국가 및 기업들이 눈독을 들이고 있는 상태다. 정부 관계자는 "자원확보에 관한 한 매일매일 총성 없는 전쟁이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세계 주요국가와 기업들은 자원확보를 위해서라면 오지든, 극지이든, 심지어 바닷속이라도 달려가고 있다. 사람 하나 살지 않는 지구상 마지막 미개적지 북극에서도 자원전쟁은 뜨겁게 진행되고 있다.

미국 러시아 등 전통적인 강대국 외에 최근 가장 발 빠르게 움직이는 곳은 중국. 막강한 '차이나 머니'를 바탕으로 아프리카 자원시장을 싹쓸이하고 있는 중국은 마침내 지난 8월 탐사팀을 태운 세계 최대 쇄빙선 '쉐룽호'까지 북극에 보냈다.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달 북극권 그린란드와 노르웨이를 순방한 것도 자원외교의 일환이었다. 그린란드는 서부 연안에 170억 배럴, 동북부 연안에는 314억 배럴 상당의 석유ㆍ가스가 매장된 것으로 추정된다. 뉴욕타임스는 "지구 온난화로 북극 빙하가 녹으면서 그 밑에 묻혀 있던 석유와 천연가스, 천연광물 등을 선점하려는 열강들의 경쟁이 점점 더 가열되고 있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전 세계 석유 및 천연가스 매장량의 20% 이상이 북극에 묻혀 있는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정부도 정부지만, 자원확보 경쟁의 최전선에선 자원 메이저 기업들이 뛰고 있다. 석유시장은 미국과 영국의 메이저들이 오랜 기간 시장을 지배해왔지만, 다른 천연자원 쪽에선 일본 종합상사와 중국 국영기업들의 약진이 눈부시다. 사실상 중국정부를 대신하고 있는 국영기업들은 지난 2009년~2010년 자원기업 인수에 무려 476억 달러를 투자했고, 일본도 지난해 해외인수합병(M&A) 상위 20건 중 7건이 자원기업 인수였는데, 총 투자액은 1조엔을 상회하며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 자원기업들의 규모도 점점 더 커져 포춘 선정 '글로벌 100대 기업' 가운데 2005년 15개였던 자원기업은 지난해 24개로 크게 증가했다.

전쟁은 이제 천연자원을 넘어 곡물로까지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기상이변으로 옥수수, 콩, 밀 같은 곡물가격이 급등하는 '애그플레이션'이 빈발하면서 곡물시장을 장악하려는 경쟁은 오히려 천연자원보다 더 뜨겁게 전개되고 있다.

지금까지 세계 곡물시장은 ▦미국의 카길과 ADM ▦프랑스의 LDC ▦브라질의 벙기 등 '4대 곡물메이저'가 장악해왔다. 이들은 전 세계 곡물교역량의 약 80%, 저장시설의 75%를 점유하면서 글로벌 곡물가격을 마음껏 주물러왔다. 카길은 최근에도 콜로라도 중형 곡물업체를 인수했고 ADM도 미국 곡물 저장ㆍ유통업체와 공급계약을 확대했다. 시카고 농수산식품유통공사 컨소시엄(AGC)에 따르면 지난해 북미지역 곡물 관련 기업 M&A는 42건으로, 2007년(19건)에 비해 2배 이상 급증했다. 올해 5월까지 성사된 M&A만도 26건에 달한다.

4대 곡물메이저에 최근 도전장을 던진 곳은 일본의 종합상사들이다. 이미 천연자원 시장에 '큰 손'이 된 일본 종합상사들은 막강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곡물시장 지배력을 조금씩 넓혀가고 있다. 일본의 대표적 종합상사인 마루베니는 지난 6월 미국 3위의 곡물 유통 대기업인 가빌론을 무려 56억 달러(6조3,000억원)에 인수, 일약 곡물메이저로 도약했다.

현재 우리나라의 곡물 자급률은 26%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3개국 가운데 28위. 삼성물산, 대우인터내셔널, LG상사, SK네트웍스 등 국내 간판 종합상사들이 자원시장에 이어 곡물시장에도 눈길을 돌리고 있지만 일본 기업들에 비하면 아직은 초보적 수蔓甄?

삼성경제연구소 박환일 수석연구원은 "세계적 자유화 물결 속에서도 자원 민족주의 경향은 오히려 강화되는 추세"라며 "현재 전 세계 자원업계는 서구 자원메이저, 거대 자본력을 갖춘 중국 등 신흥국 자원 기업, 경험과 글로벌 네트워크를 갖춘 일본 종합상사 등이 사실상 지배하고 있는 형국"이라고 지적했다.

김종한기자 tellm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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