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권 후보 단일화와 돈은 미묘한 함수관계를 갖고 있다.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와 안철수 무소속 후보가 모두 대선을 완주해 각각 득표율 15%를 넘긴다면 두 후보가 쓴 선거비용 전액(1인당 559억 7,700만원 상한)을 국고에서 보전 받을 수 있다. 그러나 후보 단일화가 성사될 경우엔 언제, 또는 누구로 단일화가 되느냐에 따라 거액의 정당 선거보조금 행방이 갈리게 된다.
후보 등록 전 단일화가 성사될 경우
문 후보가 안 후보를 제치고 단일 후보로 결정돼 후보 등록을 한다면 민주당은 등록일(11월 25,26일)로부터 이틀 안에 약 152억원의 정당 선거보조금을 지원받을 수 있다. 민주당이 이 돈을 안 후보가 단일화 전까지 쓴 선거비용을 갚아주는 데 쓸 순 없다. 정치자금법이 선거보조금 용도를 '정당이 추천한 후보의 선거 지원'으로 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반대로 안 후보가 단일 후보로 등록할 경우엔 안 후보는 물론이고 후보를 등록시키지 못한 민주당도 선거보조금을 한 푼도 받을 수 없다. 민주당 몫의 선거보조금은 국고로 귀속되지 않고, 새누리당 등 대선 후보를 내는 다른 정당에 돌아간다. 올해 선거보조금 예산(약 360억)을 국회 의석 수와 19대 총선 정당득표율에 따라 전액 배분하게 돼 있는 규정에 따른 것이다. 안 후보가 후보 등록 이전에 신당을 창당한다면 선거보조금을 받을 수 있으나, 액수는 크지 않다. 중앙선관위 관계자는 22일 "총선 득표 실적이 없는 정당은 의석 1석 당 2,000만원 가량의 보조금만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후보 등록 이후 단일화가 성사될 경우
문 후보와 안 후보 양 측이 모두 일단 후보 등록을 한다면 등록과 동시에 선거보조금 152억원을 지원받는 민주당은 금전적으로는 손해 볼 일이 별로 없다. 등록 이후에는 문 후보가 단일 후보가 되지 못하고 중도에 사퇴한다고 해도 152억원을 반납할 의무가 없기 때문이다. 정치자금법에 선거보조금 반납 관련 규정이 없기 때문이다. 새누리당이 "민주당은 후보를 못 내면 '먹튀'하려 하지 말고 선거보조금을 반환하라"고 압박하는 것은 이런 가능성을 염두에 뒀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152억원을 안 후보의 선거비용 명목으로는 지출할 수 없다. 그러나 민주당이 안 후보 우회 지원에 나설 때 이 돈을 경비로 사용할 수 있을지를 놓고는 해석이 엇갈려 정치적 논란거리가 될 수 있다. 무소속 후보로 등록한 안 후보가 선거보조금을 쓰기 위해 민주당에 입당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선거법 상 무소속 후보가 당적을 갖게 되면 후보 등록이 무효가 되기 때문이다.
중도 포기할 경우 '펀드' 상환은 어떻게
문 후보는 선거비용을 정당 선거보조금과 후원금(27억 9,885만원 상한), '문재인 담쟁이 펀드'라는 이름으로 국민에게 빌리는 돈(목표액 400억원)으로 충당할 계획을 갖고 있다. 안 후보는 후원금은 걷을 수 있지만 정당 선거보조금은 받지 못하기 때문에 조만간 개설할 '안철수 펀드'(가칭)에 상당 부분 의존할 것으로 예상된다. 문 후보는 펀드 모금액을 중앙당에 빌려주는 형식을 취한 뒤 선거비용 지출과 상환을 모두 당에 위임키로 했다. 대선이 끝난 뒤 문 후보 대신 민주당이 선거보조금 또는 보유 현금으로 펀드를 갚으면 된다는 얘기다. 그러나 안 후보는 펀드 모금액을 본인이 상환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안 후보가 대선을 완주하면 선거비용 보전액으로 펀드를 상환할 수 있겠지만, 중도 사퇴하면 안 후보 개인의 부채가 될 가능성이 크다.
최문선기자 moons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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