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무가내 탈북자단체
北 "조준 타격" 경고에도… 임진각 살포 봉쇄에도…
강화로 장소 옮겨 강행
정부는 서투른 대응
경찰, 집회 1시간 전에야 도로 차단하고 살포 막아
통일부는 별도 조치 없어
탈북자단체의 대북 전단 살포 시도가 대한민국을 긴장에 빠뜨렸다. 북한의 임진각 조준타격 경고에 국민 불안이 가중됐고, 당국은 민통선 3개 마을 주민들에게 대피 권고까지 내려진 뒤에야 탈북자단체의 집회 봉쇄에 나서는 등 서투른 대응으로 혼란을 부추겼다.
22일 오전 임진각 일대에는 일촉즉발의 긴장감이 감돌았다. 50여개 탈북자단체의 모임인 북한민주화추진연합회(북민연) 회원 80여명은 전단 살포 예정 장소인 임진각으로 차량을 타고 가다, 이들의 집회 1시간 전쯤에야 도로를 차단하고 저지에 나선 경찰에 가로막혔다. 임진각으로 가는 길목인 자유로 당동IC에서 경찰과 대치한 이들은 "집회신고를 마쳤는데 법적 근거도 없이 저지한다"며 반발했다. 박상학 자유북한운동연합 대표는 "북한이 전단 살포 시간이 지났는데도 포를 안 쏘고 있지 않느냐"며 "괜히 겁먹고 강제로 막는데, 여기가 서울인지 평양인지 모르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하지만 파주 주민들은 내내 불안감을 감추지 못했다. 이날 임시 휴업한 임진각상인회 박용석(42)씨는 "대북 전단을 한번 날릴 때마다 공포 분위기가 조성돼 상권은 무너지고 주민들은 억장이 무너진다"고 말했다. 시민단체 평화와통일을위한사람들은 인근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전단으로는 북한 인권을 개선할 수 없다. 무리한 전단 살포가 민통선 주민들을 떨게 한다"고 주장했다. 송영주 경기도의원은 "대선을 앞둔 시점에서 적대적 상황을 조장할 수 있다"고 비판했다.
북민연은 임진각에서 전단 살포가 무산되자 장소를 옮겨 이날 오후 6시 인천 강화군 화점면 강화역사박물관 앞에서 회원 10여명이 12만장의 전단 살포를 강행했다. 경찰은 강화를 비롯해 김포, 연천 등 임진각과 가까운 접경지역에서 이들의 움직임을 주시했지만 전단 살포를 막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탈북자단체들은 올해 들어 1월1일을 시작으로 2월16일(김정일 사후 첫 생일), 4월15일(김일성 출생 100주년)과 28일(제9회 북한자유주간) 임진각에서 전단을 날렸지만 경찰이 원천봉쇄한 것은 처음이다. 현행 법으로는 대북 전단 살포를 금지할 수 없다. 경찰 관계자는 "북 동태가 심상치 않다며 군이 협조를 요청, 경찰관직무집행법을 근거로 경찰서 차원에서 통제를 결정했다"고 말했다.
정부의 이중 잣대도 논란이다. 천안함 폭침, 연평도 포격사건으로 남북관계가 악화일로였던 2010년 12월 한 기독교단체가 경기 김포시 애기봉의 등탑을 7년 만에 점등했을 때 북한은 "전면전쟁의 발화점이 될 수 있다"고 위협했고, 군 최고 대비태세인 진돗개 하나가 발령되기까지 했지만 정부는 점등을 막지 않았다. 김형석 통일부 대변인은 이에 대해 "한정된 지역인 애기봉과, 주민과 관광객들이 있는 임진각을 단순비교할 수 없다"며 "오늘 집회 저지도 해당 기관이 판단할 사안이라 통일부는 별도의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중국도 대북 전단 문제로 인한 긴장 고조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중국 외교부 홍레이 대변인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한반도에서의 무력 충돌은 물론 정세를 긴장시키는 어떤 행동에도 결연히 반대한다"며 "냉정과 절제를 유지하고 과격한 행동을 하지 않음으로써 한반도 평화와 안정을 지켜가기 희망한다"고 밝혔다.
김창훈기자 ch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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