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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보재정 흑자 4조 어디에 쓸까" 동상이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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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보재정 흑자 4조 어디에 쓸까" 동상이몽

입력
2012.10.22 1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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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보험 재정이 4조원 이상 흑자를 기록하자 그 용처를 두고 정부와 의료계, 시민단체가 줄다리기를 하고 있다. 의료계는 당장 수가 인상, 시민단체는 보장성 강화에 쓰자고 나섰고, 정부는 적립금으로 남겨두자는 입장이다.

22일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8월까지 건보재정 누적 흑자는 4조2,839억원(현금 흑자 2조7,000억원)에 달했다. 지난해 흑자(6,008억원)로 전환하긴 했지만 2010년 1조2,994억원, 2009년 32억원 적자를 기록한 것을 고려하면 놀라운 흑자 규모다. 건보공단 관계자는 "보험료 수입 증가(전년동기 대비 11.5%), 약가인하, 국고보조금 조기 수납(88%)과 더불어 경기침체로 병원을 찾는 환자가 줄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실제로 올해 급여비 지출은 6.3% 증가해 2007년 이후 매년 평균 10%대 증가율에 크게 못 미쳤다. 고령화, 만성질환 증가로 급여비는 늘게 돼 있는데 그만큼 사람들이 병원을 덜 찾았다는 의미다.

재정이 남아돌자 대한의사협회 등 의료계는 의료수가 인상을 압박하고 있다. 의협 관계자는 "원가에 못 미치는 수가로 의원을 꾸려온 의사들의 희생으로 흑자가 가능했다"며 "수가를 현실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병원협회 한의사협회 대한약사회 등은 18일 2.36% 수가 인상에 합의했지만 3%대 인상을 요구한 의협은 2.4% 인상을 제시한 공단과 견해차를 좁히지 못해 25일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를 앞두고 있다.

시민단체는 현재 60% 안팎인 건강보험 보장률을 확대하자고 요구하고 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건강세상네트워크 등 시민단체는 이날 성명서를 내고 "자기공명영상장치(MRI)와 초음파 검사 등에 대한 건보 적용을 확대하고, 간병서비스도 건보급여에 포함시켜라"고 주장했다. 남은경 경실련 사회정책팀장은 "'2009~2013년 보장성 항목 확대계획'에 따르면 정부는 초음파 건보 전면확대, 노인 부분 틀니 급여화를 하겠다고 했으나 중증질환에 한정하거나 나이 제한을 둬 보장성을 축소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돈줄을 쥔 건보공단은 돈을 풀 생각이 없다. 공단 관계자는 "건강보험법 38조는 자연재해 전염병 등 예상치 못한 경우를 대비해 매년 보험급여의 5%(2조원) 이상을 20조원까지 적립하도록 하고 있는데, 그간 적자를 면치 못해 적립을 못했다"며 적립 방침을 내비쳤다. 보건복지부 관계자 역시 "산부인과, 응급의료에 대한 수가 개선을 고려하고 있지만 중장기적으로 적자 요인이 있는 만큼 재정 안정화(적립금 예치)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정승임기자 chon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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