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한 미군으로부터 불법 구매한 첨단 군사 장비를 대만과 일본 등으로 빼돌린 군사장비 유통업자들이 경찰에 붙잡혔다.
서울경찰청 국제범죄수사대는 적외선 표적지시기 등 유통이 금지된 미군 전략물자를 전현직 주한미군으로부터 사들여 판매한 김모(41)씨 등 6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22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김씨는 지난해 5월 경기 동두천에 근무 중이었던 주한미군으로부터 첨단 군사장비인 적외선 표적지시기와 야간투시경 등 7점을 구매해 일본, 대만 등지로 밀반출해 1,500만원 상당의 부당이득을 취한 혐의다. 또 다른 피의자 황모(43)씨는 동두천에서 군용물품 전문매장을 운영하면서 다수의 미군으로부터 저격용 조준경을 구매해 판매한 혐의를 받고 있다. 황씨는 첨단 군사장비 외에도 미군용 헬멧, 대검, 방탄용 조끼 등을 구입해 유통했다. 이들이 유통한 전략물자는 총 17점 2,000여 만원 상당이다. 이들은 불법 구입한 첨단 장비를 해외로 반출해 지난 2월 대만에서 열린 서바이벌 장비 박람회를 통해 일반인에게 불법으로 판매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불법 유통장비 중에는 적외선 표적지시기와 야간투시경, 저격용 조준경 등 미 국무부에서 전략물자로 지정한 군용물품이 포함돼 있다. 야간전투 시 소총과 헬멧에 부착돼 레이저로 목표물을 겨냥하는 데 쓰이는 적외선 표적지시기와 야간 투시경, 저격용 조준경은 아프가니스탄 주둔 미군이 실제 사용한 장비들로 유통이 금지돼 있다.
경찰 관계자는 "이 장비들은 우리나라 군대에도 아직 보급되지 않은 최신 장비들"이라며 "모조품이 제작, 판매될 정도로 애호가들에게 인기가 높은 장비"라고 말했다.
김씨는 경찰 조사에서 "자신을'전역을 앞둔 미군'이라고 밝힌 맥스라는 인물이 찾아와 물건구입을 제안해 응한 것일 뿐 계획적으로 장비를 빼낸 것이 아니다"고 진술했다. 황씨 역시 "현직 미군들이 가게에 찾아와 장비 거래를 은밀히 제안했다"며 "군인들의 신원은 일일이 확인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현재 미군측은 미국 국토안보수사국, 국방부수사국이 합동 감찰팀을 꾸려 전략물자를 밀반출한 전ㆍ현직 주한미군의 신원을 조사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관계자는 "미군의 전략물자가 빼돌려져 시중에 판매된 경우를 적발하기는 처음"이라며 "군사 물품이 대거 유출되는 동안 미군은 이 사실을 알아차리지 못했다"고 밝혔다.
손효숙기자 sh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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