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기관 이전으로 올 연말 세종시로 이사계획을 잡고 있는 공무원 L씨는 요즘 마음이 편치 않다. 한 달 넘게 주말마다 전셋집을 찾아 세종시 일대 부동산중개업소를 돌아봤지만 집을 구하기는커녕 치솟는 전셋값에 긴 한 숨만 나올 지경이다. 집을 구하지 못한 L씨는 일단 세종시 이사를 포기하고 통근시간이 1시간 이내인 인근 대전과 청주, 천안 등에서 전셋집을 구하고 있다.
정부의 세종시 이전이 본격화되면서 최근 2주간 세종시의 첫마을 아파트 전셋값이 2,000만원 오르는 등 전세난이 심화되고 있다.
21일 세종시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10월 셋째주 세종시내 아파트 전셋값이 지난 2주전에 비해 4.1% 상승했다. 한솔동 첫마을 푸르지오 아파트 109㎡(이하 전용면적)와 첫마을 래미안 109㎡는 전셋값이 각각 2,000만원가량 올랐지만 정작 매물 찾기는 하늘에 별 따기이다. 이 같은 전셋집 품귀현상은 정부기관의 이전시기와 현지 아파트 단지 입주시기가 서로 제 각각이기 때문이다. 세종시에서 중앙행정기관들의 이전시기에 맞춰 현재 입주가 가능한 곳은 첫마을이 유일하다. 하지만 이 아파트를 분양 받은 공무원은 800여명에 불과하고 현재 건설중인 아파트는 2013년말부터 입주가 가능하다. 특히 2014년까지 이주할 공무원 1만3,800여명 가운데 세종시 아파트를 분양 받은 사람은 불과 7,000여명으로, 앞으로 세종시에 몰아칠'전세대란'에 대한 우려가 벌써부터 제기되는 것도 이 같은 이유 때문이다. 부동산업계는 세종시의 전세난이 해소되려면 최소한 2년 이상은 기다려야 한다고 전망하고 있다.
현재 정부세종청사에는 총리실 6개 부서 직원 119명이 선발대 격으로 근무하고 있다. 이들 가운데 40여명이 서울에서 세종시까지 하루 왕복 4시간 걸리는 통근을 시도했지만 이미 절반은 이를 포기했다. 대신 상당수는 현재 대전과 조치원 등지의 원룸과 오피스텔에 임시로 거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연말 이전예정인 각 부처 공무원들도 이 같은 선발대의 고충을 전해 듣고 고액의 월세부담과 '기러기 엄마ㆍ아빠'신세를 면하기 위해 세종시에서 차로 20~40분 거리의 대전과 조치원 등지에서 전세를 구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다 보니 이 지역들의 전셋값도 덩달아 들썩이고 있다. 대전 유성구는 아파트 전세가가 2주전보다 0.27% 뛰었다. 청주와 천안 전세시장도 꿈틀거리고 있다. 청주 복대동의 신영지웰 84㎡형의 경우 지난 8월 1억8,000만~2억원 수준이던 전셋값이 현재 2억2,000만원을 호가하고 있다. 서성권 부동산 114 연구원은 "세종시 아파트 전세시장은 매도인이 호가를 상향 조정해도 매물이 나오는 즉시 바로 거래되고 있다"며 "세종시 접근성이 좋은 청수지구에는 주말이면 부동산중개업소를 찾는 정부청사 공무원들로 북적이고 있다"고 말했다.
세종=이준호기자 junho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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