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초구 우면동, 양재동 일대에선 이른바'119 회식'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1차에 한해, 1가지 술만 마시며, 오후 9시 이전에 끝내는 회식이다. 지역 상인들에 따르면 이런 '119회식'이 흔한 이유는 각 기업들의 연구소가 이 일대에 밀집해 있는 영향이 크다. 우면동에 있는 KT 연구개발센터의 한 연구원은 "회식날에도 집에서 9시 뉴스를 볼 수 있다. 술을 강권하지 않고, 술이 약한 직원은 음료수를 마시며 어울린다. 아무래도 연구원들은 자존감이 강한 편인데 그런 분위기 때문인 것 같다"고 말했다.
'서울에서 제일 잘사는 동네'로만 알려진 서초구가 국내 굴지의 대기업 연구소들이 밀집한'연구개발(R&D)의 메카'로 주목 받고 있다. 양재동 코스트코 건너편에는 지상 25층, 지하 5층 연면적 12만 5000여㎡ 규모의 LG전자 R&D 캠퍼스가 2009년 완공돼 3,700여명의 연구인력이 근무하고 있다.
서초문화예술공원에서 양재천을 건너면 KT 연구개발센터(우면동)가 자리잡고 있다. 1991년 설립된 KT 연구개발센터는 국내 최초의 인터넷 상용망 서비스(kornet), 초고속 광전송장치(FLC), 최초의 IPTV(인터넷 텔레비전) 서비스를 탄생시킨 한국 정보통신 연구의 심장부다.
그 외 우면동과 양재동을 중심으로 현대자동차연구센터, 서울품질시험소, 모토롤라 모바일연구소, 대한결핵연구원 등 201개의 기업 부설 연구소와 국책연구기관, 138개 벤처기업, 199개의 외국인투자기업이 입주해 있다.
지난 8월 삼성전자가 우면동 167-2 일대에 착공한 R&D 센터는 서초구의 연구개발 클러스터의 '화룡점정'이다. 삼성전자는 건축비로만 1조원을 들여 지상 10층, 지하 5층짜리 건물 6개 규모(연면적 34만5,000㎡)의 연구센터를 2015년 완공할 예정이다. 이 곳은 디자인과 소프트웨어 부문의 연구거점으로 활용되며 국내외 석ㆍ박사급 인력 1만여명이 상주할 계획이다.
서초구에 연구소가 몰리는 것은 경부고속도로, 강남순환도시고속도로 등 탁월한 교통 인프라와 수도권 대학에서 배출되는 고급인력의 확보가 쉽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우면R&D센터를 기존 경기도 수원, 기흥 연구단지와 함께 3대 연구거점으로 키운다는 방침이다. LG전자는 기도 평택의 휴대폰, TV 생산라인과의 시너지효과를 고려했다. 아울러 가산동 휴대폰 연구소, 서울대 디지털TV 연구소 등을 잇는 '서울 R&D 벨트'도 구축했다.
서초구의 정책적인 노력도 컸다. 당초 우면 R&D 단지 부지는 240%의 은 용적률에 4~5층의 층수 제한 때문에 기업들의 주목을 받지 못했으나 진익철 서초구청장이 국토해양부, 환경부 등에 지속적으로 건의한 끝에 용적률 360%, 층수 제한 10층 이하로 완화돼 삼성전자 연구소를 유치할 수 있었다.
진익철 서초구청장은 "삼성 R&D 센터 유치를 계기로 인큐베이팅 지원 센터를 만들어서 신생 IT 기업과 벤처 기업 등에 사무실을 제공하고 세무, 회계, 금융 등의 종합지원을 할 계획이다. 이렇게 되면 이미 230여개 R&D 센터가 밀집되어 있는 서초구에 큰 활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준규기자 manbo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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