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마드 빈 칼리파 알타니 카타르 국왕이 23일 카타르가 투자한 재건사업 현장 시찰을 위해 팔레스타인 가자지구를 방문한다. 2007년 무장정파 하마스가 가자지구를 장악한 이후 이뤄지는 외국 정상의 첫 방문이다. 아랍국 정상이 이곳을 찾는 것은 이스라엘이 1967년 팔레스타인 영토를 점령한 이래 처음이다. 로이터통신은 "미국ㆍ이스라엘이 테러단체로 간주하는 하마스의 통치지역을 친미 아랍국 카타르의 국왕이 찾는 것은 정치적 상징성이 크다"고 평가했다.
하마스 관계자는 "카타르 국왕이 여러 사업을 개시하기 위해 가자지구를 방문한다"고 21일 밝혔다. 이집트와 가자지구 관계자도 국왕이 왕비와 총리, 경제수장 등 50여명을 대동하고 23일 4시간 동안 가자지구를 방문한다고 밝혔다. AFP통신은 "가자지구 거리에 카타르 국기와 국왕 사진이 등장했고 '약속을 지켜줘 고맙다'는 대형광고판도 설치됐다"고 전했다.
앞서 16일 무함마드 알 아마디 팔레스타인 주재 카타르 대사는 카타르가 2억5,400만달러 규모의 가자지구 재건사업에 착수했다고 발표했다. 도로, 주택, 병원, 기반시설을 건설하는 이 사업을 위해 카타르는 20일 가자지구 접경국 이집트로부터 건축자재 반입 허가를 받았다.
시아파 국가 이란과 가까웠던 하마스는 최근 이란과 거리를 두고 이집트ㆍ카타르를 장악한 수니파 무슬림형제단과 관계를 개선하고 있다. 이스마일 하니야 하마스 총리가 1월 카타르를 방문하자 카타르는 가지지구에 3,000만ℓ의 연료를 제공했다.
서안지구를 통치하며 하마스와 대립 중인 팔레스타인 자치정부는 당혹스러워 하고 있다. 팔레스타인 관영통신 WAFA는 "마무드 압바스 자치정부 수반이 21일 카타르 국왕의 전화를 받고 가자지구 방문을 환영했다"면서도 "압바스 수반은 팔레스타인 영토 보존을 위해 파타(서안지구 집권 정파)와 하마스의 분열을 끝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며 카타르와 하마스의 밀착에 경계심을 드러냈다.
자치정부는 21일 치러진 서안지구 지방선거에서 주요도시 11곳 중 5곳에서 패하며 충격에 빠진 상태다. 이번 선거는 하마스가 파타와의 단독정부 수립 협상 결렬을 이유로 선거에 불참한 채 치러진 것이어서 자치정부에 더욱 타격을 주는 결과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이훈성기자 hs0213@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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