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울산지역에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공공병원 설립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다시 커지고 있다.
'취약계층에 대한 배려'와 '저렴한 의료혜택'이란 명분으로 시민사회가 10년 넘게 주장해온 이 문제에 대해 최근 박근혜, 문재인 등 유력 대선후보들이 "공약으로 내걸어 해결하겠다"고 나서면서 시민들의 귀가 솔깃해지고 있다.
울산시민연대는 최근 18대 대선 지역현안 공약 제안 기자회견을 갖고 ▦공공병원 설립 ▦비정규직 차별해소 ▦국립종합대 설립 ▦원전문제 등 6개 지역의제를 제시했다.
특히 공공병원 및 국립종합대 설립과 비정규직 문제 등 3개 의제는 시민연대가 지난 1월 시민 500여명을 대상으로'지역현안 중 가장 시급히 해결해야 할 과제가 무엇인가'란 설문조사를 통해 뽑은 시민제안이다.
공공병원 설립 의제와 관련, 시민연대 관계자는 "지역 의료환경 개선과 소외계층에 대한 의료서비스 강화를 위해 종합병원급 이상의 공공의료기관 설립 문제를 더 이상 미룰 수 없어 이번 대선의 지역의제 가운데 하나로 포함시켰다"고 밝혔다.
울산에 공공병원 유치 움직임이 시작된 것은 10년여 전. 2002년 6월 울산시장 선거전에서 당시 맞대결을 펼쳤던 박맹우 후보(현 시장)는 시립의료원을, 송철호 후보는 산재병원을 각각 설립하겠다는 공약을 내걸면서 공공병원 설립 필요성이 본격 공론화 됐다.
또 당시 시민단체 모임인 '2002 대선유권자연대 울산운동본부'는 그 해 '지역 유권자가 원하는 울산지역 대선공약' 중 하나로 '국공립 병원의 신설'을 포함시키면서 이 문제가 지역 현안으로 격상됐고, 이듬해인 2003년 시가 정부에 지방거점 병원으로 울산에 국립종합병원을 건립해 줄 것을 공식 건의하면서 분위기가 물결을 타는 듯 했으나 이후 정부의 추진의지 부족으로 지금껏 겉돌아왔다.
하지만 최근 유치운동이 다시 살아난 데는 의료분야 공공성 강화를 위해 지난해 '건강사회를 위한 약사회' 등 지역 11개 단체가 모여 출범한 '울산건강연대'가 정책강연회와 설문조사 등을 통해 정부와 정치권을 다시 압박하고 나서면서부터다.
건강연대 측은 울산에 공공병원이 생겨야 할 이유로, ▦전국에 300여개나 있는 공공병원이 울산엔 노인병원 외에 종합병원급이 한 곳도 없고 ▦7대 광역시 중 의료환경이 최하위이며 ▦공업단지로 인한 높은 산재율(연간 3,000여명)에도 불구, 산재병원이 없는 점 등을 꼽고 있다.
또 울산에 공공병원이 생긴다면 높은 산재율에 대응할 수 있는 특성화가 필요하며, 중앙정부와의 지속적인 연계 속에 예방과 재활, 저소득 주민에 대한 양질의 진료를 제공할 수 있는 전공의 수련이 가능한 400병상 이상의 지역거점 병원 설립이 계획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건강연대 관계자는 "울산은 전국에서 인구 1,000명당 병상 수가 가장 적고, 의료인력과 시설이 턱없이 부족하며, 16개 자치단체 중 종합병원급 공공병원을 소유하지 못한 유일한 지역"이라면서 "이런 현실에서는 공공영역의 의료정책 수립 자체가 거의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한편 건강연대 등 시민사회의 이 같은 움직임에 대해 비판적 견해도 있다. 지역 일반ㆍ요양병상의 초과 현상, 비용ㆍ편익적 측면, 재정운용과 의료의 질적 측면 등을 면밀히 고려할 때 공공병원 건립문제는 현재로선 타당성이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제대로 된 국립 종합병원을 만들면 엄청난 적자가 생길 텐데 누가 이를 감당하겠냐"는 것이다.
목상균기자 sgmo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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