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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급 대리석에 수영장까지

입력
2012.10.22 1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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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어촌공사는 지난해 기준 부채가 5조3,368억원, 부채비율은 300.5%에 달한다. 이처럼 재무구조가 취약한데도 올해 3월 전남 나주에 신청사를 착공하면서 3.3㎡당 881만원의 건축비를 책정했다. 광주ㆍ전남권 아파트 평균 분양가(336만원)보다 두 배 이상 비싼 가격이다.

부채비율이 104%나 되는 한국소비자원도 충북으로 옮기면서 3.3㎡당 871만원의 건축비를 들여 신청사를 짓고 있다. 주변 아파트 시세인 3.3㎡당 489만원을 훌쩍 넘어서는 것은 물론 경기도 아파트 분양가 881만원에 육박한다.

지방으로 이전하는 일부 공공기관이 빚더미 속에서도 호화청사 건축 경쟁을 벌이고 있다. 대리석 등 값 비싼 건축자재를 쓰고 청사 안에 수영장까지 만들어 평당 분양가가 고급 아파트 수준에 육박하는 기관도 있다.

국회 국토해양위원회 이노근 의원(새누리당)은 22일 국토부 국감 자료를 통해 일부 공공기관이 지방 이전을 구실삼아 호화청사를 짓고 있다고 비판했다.

자료에 따르면 부채가 24조원을 넘는 한국도로공사는 경북 김천으로 옮기면서 신청사 건립 사업비로 총 2,685억원을 책정했다. 3.3㎡당 건축비는 802만원이며, 절반이 넘는 부지에 수영장 등 특수시설을 건설할 계획이다. 부채 1조원 이상인 자산관리공사, 대한주택보증, 한국예탁결제원 등이 옮겨가는 부산 남구 금융혁신도시의 신청사 건축비(3.3㎡당 871만원) 역시 인근 아파트 분양가를 웃돈다. 대리석으로 바닥을 깔고 통유리, 조각상 등 값 비싼 재료를 쓴 탓이다.

반면 한국법무보호복지공단의 3.3㎡당 건축비는 429만원으로 농어촌공사의 절반에도 못 미쳤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462만원), 교통안전공단(511만원), 한국법제연구원(525만원), 한국인터넷진흥원(528만원), 한국고용정보원(558만원) 등의 건축비도 400만~500만원 선에 그쳤다. 자금조달 능력에 따라 정부기관 내에서도 '부익부 빈익빈'이 나타난 것이다.

국립공원관리공단과 저작권위원회, 한국교통연구원은 여력이 안 돼 사옥 임차비 지원을 정부에 요청했고,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과 한국고용정보원은 부담할 자금이 없으면서도 청사 신축을 계획해 빈축을 사고 있다. 이 의원은 "지방 이전 공공기관들의 청사 건축비가 크게 차이 나 위화감을 조성하고, 호화청사 논란이 일고 있는 만큼 조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변태섭기자 liberta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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