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과 구글은 동맹 관계로 불립니다. 구글이 스마트폰 운영체제(OS)인 안드로이드를 처음 만들었을 때 제조사나 앱 개발자가 참고하도록 '레퍼런스 폰'을 제작했는데, 이 때 삼성전자를 파트너로 택했습니다. 이렇게 탄생한 것이 바로 '갤럭시 넥서스'이지요. 삼성전자 이전에는 대만의 HTC를 파트너로 삼았었지요.
비슷한 동맹관계로 마이크로소프트(MS)와 노키아가 있습니다. '윈도'라는 막강한 OS를 갖고 있는 MS는 휴대폰 제조사 노키아를 파트너로 삼고 있습니다. 애플은 휴대폰과 OS를 같이 만들기 때문에, 별도 파트너 제조사가 없습니다.
하지만 최근 들어 OS회사와 제조사간 동맹관계에 변화가 생겼습니다. 구글은 29일 안드로이드 관련 행사를 통해 차세대 OS 안드로이드4.2(키라임파이)를 선보일 예정인데요. 새 레퍼런스폰의 제조사로 LG와 소니를 선정할 가능성이 높다고 합니다. 삼성전자를 제외한 것도 특이하지만, 복수의 휴대폰 제조사를 동시에 파트너사로 선정한 것은 처음입니다.
비슷한 시기에 '윈도폰8'을 선보이는 MS 역시 초청장에 노키아와 HTC를 같은 비중으로 소개했습니다. 이를 두고 업계에선 OS사들의 '양다리 전략'이 시작됐다고들 얘기하고 있습니다.
사실 비즈니스 세계에서 영원한 적이나 동지란 있을 수 없습니다. 변화의 속도가 빠른 IT업계라면 더욱 그러할 것입니다.
다만 OS회사와 제조사의 균형추가 무너진 것은 확실해 보입니다. 스마트폰 기기의 성능 차는 갈수록 줄어드는 반면 OS의 진화 속도는 제조사들이 따라가기 벅찰 만큼 여전히 빠릅니다. 스마트폰의 경쟁력이 하드웨어보다 OS, 즉 소프트웨어로 옮겨가고 있다는 얘기죠.
아무래도 콧대가 세진 쪽이 주도권을 잡고, 양다리도 걸치는 법입니다. 소프트웨어가 상대적으로 취약한 국내 기업들에겐 걱정스런 소식이 아닐 수 없습니다.
유환구기자 reds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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