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8년 조두순 사건을 기억하는가? 등교 중이던 8세 영아를 화장실로 끌고 가 마구 때린 뒤 성폭행한 사건이다. 당시 피해 아동은 항문 등이 심하게 파열되어 배에 구멍을 뚫는 대수술을 받았으며 평생 씻지 못할 상처를 안고 살아가게 되었다.
2009년 1월 병실에서 치료받던 피해자는 배변주머니를 착용해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하는 상태로 검찰청사에서 딱딱한 의자에 앉은 채 2시간 넘게 조사를 받았다. 이에 피해 아동의 가족은 소송을 제기했다. 재판부는 검찰 수사 과정에서 영상 녹화장비가 제대로 작동되지 않아 고통스런 내용을 반복해 진술하게 하는 등 피해를 인정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항소 5부는 사건의 피해자와 가족들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 배상 소송에서 1,300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이 사건으로 국가는 피해아동에게 고통을 안겨주었다. 이 사건의 피해자는 소송을 해서 국가로부터 배상금을 받았다. 하지만 범죄자가 처벌을 받아도, 정부의 지원을 받지 못하는 성범죄 피해자가 10명에 4명꼴로 심각한 수준이다.
성범죄 예방 차원의 대책보다도 성폭행을 당한 피해자의 인권을 지킬 수 있는 대책이 우선시되어야 한다. 사실 성범죄의 안전지대는 존재하지 않으므로 완전한 예방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마땅한 대책 마련도 없이 성범죄 피해자들의 인권은 무참히 짓밟히고 있다.
첫째, 경찰 측은 성범죄 피해자를 상대로 조사할 때 피해자를 배려하지 않는다. 현재 당국의 성범죄 수사 방식은 피해자의 고통이나 감정은 생각하지 않은 채 오직 피해자의 진술에만 중점을 두고 있다. 심지어는 정신과 전문의의 동반도 없이 수사나 진술이 진행되는 경우도 있다. 이 과정에서 피해자는 끔찍한 기억을 떠올리며 고통스러워한다.
둘째, 성범죄 피해자를 지원하는 인적, 경제적 제약도 많다. 현재 성폭력 피해자들을 위한 전문기관의 인력관리는 매우 부실하다. 최근 나주 성폭행 피해 아동의 조사는 전문의와 상의도 없이 진술이 이루어졌다. 나주 성폭행 피해 아동에게 긴급 생계비 300만원을 지원하였으나, 향후 수술비용이나 소송을 위한 절차는 검토 중이라 한다. 현재 검토는 한 달이 넘게 진행 중이다. 이처럼 정부의 예산지원 부족으로 전문 인력 양성이나, 전문 센터 운영에 어려움이 많은 건 사실이다.
셋째, 성범죄자에 대한 알림이 부족하다. 이 문제는 피해자의 인권과 동시에 잠재적 피해자의 인권을 위해서라도 꼭 중요시 되어야 할 문제다. 우리나라에도 '성범죄자 알림e'라는 사이트가 있으나 유명무실이다. 성범죄자 알림e 사이트에 주소를 입력하면 반경 1㎞ 이내에 사는 성범죄자들의 신상이 뜬다. 하지만 사는 곳은 동 단위로만 나타난다. 상세한 주소가 제공되지 않아 사람들은 오히려 불안감을 갖게 된다. 게다가 우리나라는 아동 성범죄자라도 벌금형을 받은 경우 공개 대상에서 제외돼 있다. 일반 성범죄자는 '성폭력범죄에 관한 특례법'에 의해 성인에 한해서만 정보를 열람하도록 법률로 정하고 있어 미성년자는 관련 전과자를 확인할 수 없다. 이는 심각한 문제라고 생각한다.
넷째, 자극적인 언론보도는 피해자를 두 번 울린다. 언론은 사람들의 시선을 끌기 위해서 자극적인 제목을 선정한다. 심지어 제대로 밝혀지지 않은 성폭행 사건을 부풀려서 그것이 마치 사실인 것처럼 보도해 사건의 본질을 흐리는 경우도 많다. 이런 행위는 명백히 피해자의 인권을 침해하는 일이다.
마지막으로 사람들의 따가운 시선은 피해자를 죄인처럼 도망치게 한다. 밀양 여중생 성폭행 사건 때 가해자 학부모들은 뻔뻔하게 사과는커녕 피해자에게 '얼마나 잘사는지 지켜보겠다'며 협박까지 했다. 그 후 피해자는 전학을 갔으나, 전학 간 학교에 가해자 학부모들이 찾아온 탓에 피해 사실이 알려져 결국 가출, 행방불명이 됐다. 이처럼 대한민국에서 성범죄 피해자로 살아간다는 것은 매우 고통스러운 일이다.
사건이 일어났을 때만 시민, 언론, 정치인들이 관심을 가진다. 이에 대한 대안으로 피해자를 진정으로 보호할 수 있는 장기적 차원의 구체적인 방안이 모색되어야 한다.
창원 문성고 1학년 강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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