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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드, 화려한 부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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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드, 화려한 부활

입력
2012.10.22 1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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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주년을 맞은 전설의 시리즈 007은 위태롭다. 냉전이 끝나고 '미션임파서블'이나 '본'시리즈 등 보다 치밀한 줄거리와 신선한 액션을 선보이는 영화들이 그 자리를 넘본다. 경쟁력을 잃고 이젠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질 것 같은 007은 제6대 제임스 본드로 다니엘 크레이거를 중용하고 자신의 아류였던 다른 첩보물에서 액션의 재미를 되레 적극적으로 차용하며 작은 기대의 불씨를 피워냈다. 그리고 이번 50주년을 기념해 내놓은 23번째 시리즈 '스카이폴'을 통해 당당히 007의 부활을 선언하게 된다.

'스카이폴'은 '아메리칸 뷰티'를 연출했던 샘 멘데스 감독이 메가폰을 쥐며 다시 태어났다. 영화의 시작은 정체불명의 암살자가 터키 이스탄불에서 MI6 요원의 신상 정보가 든 파일을 훔쳐 달아나면서부터다. 본드는 같은 요원인 이브(나오미 해리스)와 함께 암살자의 뒤를 쫓는다. 적을 놓칠 수 있는 긴박한 상황에서 MI6의 수장인 M(주니 덴치)의 원격 지시를 받은 이브의 총격을 적이 아닌 본드가 맞으며 그는 깊은 강물에 떨어지고 만다.

본드의 추락과 함께 이어지는 환상의 오프닝 크레디트는 007에게 기대치 못했던 예술성을 부여한다. 영국 최고 가수인 아델이 부른 주제곡 '스카이폴'을 타고 불, 해골, 십자가 등의 이미지가 겹쳐 흐른다. 본드의 죽음을 전하려 했던 이들 이미지에선 오랜 시간 속에서 버텨낸 007의 힘겨운 부침이 연상된다.

본드의 사망 소식과 함께 런던의 MI6 본부 건물이 폭파되고, M은 궁지에 몰린다. 이스탄불에서 펼쳐진 추격신은 기대 이상 화려하다. '테이큰2'의 주인공들이 겨우 겅중겅중 뛰기만 했던 도심의 주택가 지붕 위에서 007은 오토바이를 질주하며 한 단계 위의 액션을 보여준다.

본드가 이번에 지급받은 신무기는 별 대단한 기능이 없는 권총 한 자루와 위치 추적기, 단도뿐이다. '스카이폴'은 이런 식으로 007의 진부함을 보란 듯 던져버리지만, 때론 007의 진한 추억을 힘써 길어 올리기도 한다. 본드와 M이 스코틀랜드로 떠날 때 탄 차는 역대 007의 애마인 애스턴마틴DB5다. 연막탄을 발사하고 헤드라이트에서 기관총을 쏘아대는 그 차가 본드의 부활을 알리는 오마주로 등장, 골수 007 팬들에게 진한 향수를 선사한다. 숨가쁜 액션만을 기대한 관객들이라면 143분에 달하는 긴 상영시간이 조금은 버거울 수도. 26일 개봉. 15세 이상.

이성원기자 sungw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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