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과 미래의 구체적 과제를 짊어질 대통령으로
누가 마땅한지 유권자 스스로 묻고 답할 때다
미국 대통령 선거가 2주 앞으로 다가왔다. 민주당의 오바마와 공화당의 롬니 후보가 엎치락뒤치락 박빙 승부를 벌이고 있다. 최근 여론 지지도에서 롬니가 오바마를 추월했으나, 주(州)별로‘승자독식’하는 선거인단 확보에서는 오바마가 여전히 앞선다. 여론조사보다 정확하다는 온라인 예측시장(prediction market)에서도 오바마 쪽에 거는 비율이 63~68%로 압도한다.
이런 엇갈린 전망은 뭘 말할까. 유권자들은 경제 위기 속에 새로운 리더십을 바라는 듯하면서도, 현직 대통령의 경륜과 안정감을 선호하는 것이다. 이는 단순 지지율 변화에 집중하는 주류 언론의 여론조사와 달리 다양한 설문으로 유권자들의 정서를 살핀 대중 매체의 여론조사에서도 엿볼 수 있다.
예컨대 주간 뉴욕(New York) 매거진의 조사에서 경제정책 역량을 묻는 질문에 유권자의 51%는 오바마, 49%는 롬니가 낫다고 엇비슷하게 답했다. 그러나 누가 더 강한 지도자인가에는 57%가 오바마를 꼽았다. 리더십이 검증된 현직 프리미엄으로 볼 만하다. 장난 같지만 ‘외계인 침공에 맞설 대통령’으로 유권자의 65%가 오바마를 선호했다.
남성 잡지 에스콰이어(Esquire)의 설문조사도 흥미롭다. 응답자의 48%는 갑부인 롬니 후보와 자신의 공통점이 전혀 없다고 답한 데 비해 오바마와 공통점이 없다는 응답자는 36%에 그쳤다. 그런 인식에 걸맞게 47%가 오바마와 이웃이 되고 싶다고 답한 반면, 롬니를 선호한 응답자는 31%뿐이었다. 함께 소풍 가고 싶은 사람으로도 오바마(54%)를 롬니(29%)보다 훨씬 많이 꼽았다. 애완견을 맡기고 싶은 사람, 요리사로 두고 싶은 사람을 묻는 질문에도 답은 비슷했다. 롬니가 유일하게 앞선 항목은 ‘절세(節稅) 비결을 묻고 싶은 후보’였다.
언뜻 흥미 위주 조사로 비칠 수 있다. 그러나 후보자의 친근감 신뢰성 정직성 책임감 카리스마 등의 이미지 속성이 실제 지지도에 미치는 영향을 가늠하는데 유용하다. 어떤 인물을 대통령으로 선호하는지, 유권자들의 내밀한 정서를 살필 수 있다. 여론의 단순 지지도에서 오바마가 뒤지는 것은 4년 전처럼 ‘젖과 꿀이 흐르는’ 미래를 약속할 수 없는 입장이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이처럼 다양한 설문은 우리 대선 후보들의 장단점을 살피는 데도 쓸모가 있을 듯하다. 경제 민주화와 일자리 만들기 등 당면한 정책 이슈에 관한 유권자들의 후보 선호는 물론 중요하다. 그러나 그에 앞서 지지도에 영향을 미치는 개별 후보자들의 이미지 속성이 어떤 것들인지 살피는 것은 의미가 있다.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경남대 안차수의 연구에 따르면, 후보 지지도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이미지 속성은 ‘서민을 잘 이해하는 능력’이었다. 다음으로 ‘신뢰가 간다’는 이미지였다. 두 항목에서 박근혜 문재인 안철수 후보는 정도에 차이가 있지만 모두 좋은 평가를 받았다. 그와 함께 박 후보는 ‘친근하다’ ‘현명하다’ ‘강하다’ ‘활력이 있다’는 항목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 또 문 후보는 ‘추진력이 있다’ ‘희망적이다’ ‘차분하다’는 항목에서, 안 후보는 ‘경험이 풍부하다’ ‘자격을 갖추었다’ ‘지적이다’는 이미지 속성이 두드러졌다.
이런 후보 이미지를 바탕으로 이제는 현실과 미래의 구체적 과제를 짊어질 대통령으로 누가 마땅한지 유권자들 스스로 질문하고 올바른 답을 찾을 때다. 정치세력들이 습관적으로 매달리는 과거 지향적 네거티브 검증 틀을 마냥 추종해서는 현명한 선택을 할 수 없다. 이를테면 ‘경제 민주화와 공정한 사회를 가장 잘 이룰 후보’ ‘북한의 도발과 위기 상황에 가장 지혜롭게 대처할 후보’ ‘권력 주변을 가장 깨끗하게 관리할 후보’ ‘국제 무대에 내세워 가장 자랑스러운 후보’가 누구일지 냉정하게 헤아려야 한다.
btk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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