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공립대 교수의 승진 및 정년보장(테뉴어) 심사가 여전히 형식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교육과학기술부 국감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승진 심사를 신청한 교수 1,448명 중 탈락자는 19명에 불과해 통과율이 99%에 달했다. 전국 41개 국공립대 중 한 명도 탈락시키지 않은 대학이 30곳이나 됐다. 대부분의 국공립대가 일정 연한만 되면 자동적으로 교수들을 승진시켰다는 얘기다.
정년보장도 다르지 않다. 지난해 정년보장 심사를 신청한 교수 602명 가운데 탈락자는 18명에 그쳤다. 특히 최근 5년간 정년보장 심사에서 한 명도 탈락자가 없는 국공립대는 21곳이나 됐다. 2000년대 들어 ‘철밥통’으로 불리던 국공립대 교수들의 경쟁력을 강화해야 한다는 여론이 일자 승진과 정년보장 심사를 강화한다고 떠들썩했는데 소리만 요란했던 모양이다. 상대적으로 주요 사립대는 탈락률이 30~40%에 달할 정도로 심사가 엄격해지고 있다.
국공립대 교수들의 태만을 보여주는 자료가 더 있다. 지난해 국립대 전임교원 논문현황을 보면 24개 대학 1만2,200명 중 26%인 3,186명이 논문을 한 편도 제출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대 교수들의 논문 미제출 비율도 20%에 달했다. 국립대 교수가 1년 동안 논문을 한 편도 쓰지 않았다는 것은 직무유기나 다름 없다.
지난해 국내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한 4명 가운데 1명은 ‘백수’다. 최근 10년간 가장 높은 수치를 보일 만큼 고학력자 실업문제가 심각하다. 10만 명에 달하는 전국의 대학 시간강사 보수는 전임강사의 4분의 1수준으로 도시근로자 최저생계비보다 낮다. 20년 넘게 공부에 전념해온 박사학위 취득자와 시간강사들에게 교수자리는 철옹성으로 비친다. 진입장벽은 매우 높지만 되기만 하면 승진은 예외 없이 시켜주고 정년까지 저절로 보장되는 게 국공립대 교수들의 현주소다. 이런 교수들에게 대학 경쟁력과 국가 경쟁력을 기대하는 것 자체가 무리다. 수준이 미달하는 교수들은 과감히 탈락시키고 우수한 젊은 인재들에게 기회를 주는 게 훨씬 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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