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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 떠나고 장애도 얻었지만… 감사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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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 떠나고 장애도 얻었지만… 감사해"

입력
2012.10.22 12: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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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의 노숙인들에게 '큰형님'으로 통하는 박희돈 목사. 그는 11년간 하루도 빠짐 없이 노숙자에게 무료 급식을 제공해 왔다. 전 재산을 노숙자에게 쏟아 붓자 가족이 주변을 떠났고 장애도 얻었다. 하지만 장애를 통해 오히려 가난하고 병든 사람들을 더 잘 이해하게 됐다며 노숙인들에게 더 큰 나눔을 실천하고 있다. EBS가 23일 밤 12시 5분에 방송하는 '희망 풍경'은 장애를 뛰어넘어 긍정의 힘을 보여주고 있는 박 목사의 삶을 조명한다.

박 목사는 국제신학대학원대학교에서 사회복지학 교수이면서 원자력병원 원목실장, 구립어린이집 원장을 맡아 한 달 수입이 1,000만원에 이를 정도로 잘 나가던 목사였다. 그러나 2001년 12월 영등포역에서 한 여성 노숙인을 만나면서 삶이 달라졌다. 겨울 밤 추위에도 맨살이 드러나는 빨간 여름 원피스를 입은 그 여성은 길가 쓰레기통에 버려진 컵라면 국물을 마셨다. 온몸은 멍투성이였다. 그녀는 낮에 나다니다 남성 노숙인들에게 집단 성폭행을 당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박 목사는 "현역 목사이자 사회복지사인 내가 엉뚱한 곳에서 헤매고 있었다는 걸 느꼈다"고 했다. 이후 그는 노숙인을 위해 '섬김과 나눔의 교회(현 길벗교회)'를 세우고 전 재산을 노숙인 끼니 마련에 아낌 없이 털어 넣었다. 그러나 수 년이 지나자 이혼 서류가 날라왔고, 주변 사람들은 미친 놈이라 불렀다. 스트레스로 면역 기능이 떨어져 한쪽 귀의 청력과 일부 기억을 잃었다. 그래도 그는 노숙인들을 "내 가족을 포기할 만큼 소중한 대상"이라고 표현한다. 또 그런 이들이 남을 위해 밥 짓는 자원 봉사에 나서는 걸 볼 때면 아무 것도 아깝지 않단다.

허정헌기자 xscop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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