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난 해결을 위해 긴축정책을 펴고 있는 스페인 정부가 21일 치러진 두 곳의 지방선거에서 엇갈린 성적표를 받았다.
마리아노 라호이 총리가 이끄는 집권 국민당은 갈라시아 지방선거에서 승리해 정책 추진의 동력을 얻었지만, 바스크 지방에서는 민족주의 세력이 약진해 정권에 불안감을 더했다.
갈라시아 지방선거에서 국민당은 지방의회 75석 중 41석을 확보해 과반을 차지했다. 갈라시아는 라호이의 고향이어서 이곳에서 국민당이 패한다면 정권 기반이 흔들릴 수 있었다. 로이터통신은 갈라시아 선거 승리가 긴축에 대한 반대 목소리가 높아가는 상황에서 라호이 정권에게 숨 쉴 공간을 줬다고 평가했다.
6월 은행권을 통해 구제금융을 받은 라호이 정권은 지방선거를 의식해 전면적 구제금융 신청에 대한 입장 표명을 유보해왔다. 라호이 총리가 이제 중요한 정치적 시험대를 통과함에 따라 조만간 구제금융을 신청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유로존 고위 관계자는 "스페인이 내달 구제금융을 신청할 것"이라고 로이터통신에 밝혔다.
반면 바스크 지방선거는 라호이 정권에 짐을 하나 더했다. 민족주의 성향의 바스크민족당(PNV)이 75석 중 27석을 얻어 1당을 차지했고, 분리독립을 추구하는 빌두가 21석으로 뒤를 이었다. 국민당은 10석을 얻는데 그쳤다.
지난해 무장투쟁 노선을 포기한 분리독립단체 바스크조국과자유(ETA)와 연계돼 있는 빌두는 선거 후 "바스크가 유럽의 새로운 국가가 돼야 한다"며 "마드리드의 명령을 따르는 것을 그만 둘 때가 됐다"고 밝혔다. 하지만 월스트리트저널은 "PNV는 빌두보다 온건하고 친시장적 입장을 갖고 있기 때문에 당장 독립을 추구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AFP통신도 PNV가 빌두와 연정을 구성할지는 미지수라고 전했다.
지방선거가 끝났지만 라호이 정권이 넘어야 할 과제는 산적해 있다. 긴축에 반대하는 스페인 노동계가 내달 14일 총파업을 예고하고 있다. 스페인 국내총생산(GDP)의 20%를 차지하는 카탈루냐 지방정부는 내달 25일 분리독립 여부를 묻는 주민투표를 실시한다.
류호성기자 rh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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