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8조원의 기금을 주무르는 국민연금공단의 기금운용인력 퇴직자 10명 중 7명이 공단 업무와 관련된 금융기관에 재취업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에는 퇴직 전 거래증권사의 평가결과를 조작하는 등 비리로 징계를 받은 직원도 포함됐다.
22일 국회 보건복지위 민현주 새누리당 의원과 이목희 민주통합당 의원이 공개한 '국민연금공단 2008~2012년 기금운용직 퇴직자 취업현황'에 따르면, 퇴직자 57명 중 38명(67%)이 은행, 자산운용사, 증권사 등에 재취업했다.
38명 중에는 재직 중 거래증권사의 평가결과를 조작하거나 거래증권사로부터 향응을 받아 감봉ㆍ정직ㆍ해임ㆍ주의 등 징계를 받은 직원이 4명이나 있었고, 이 중 한 명은 투신사의 대표이사로 취직했다.
2010~2012년 기금운용본부 퇴직자 29명 중 절반 이상(62%)은 퇴직 1주일 내에 자리를 옮겼다. 퇴직 다음 날 관련기업으로 이직한 경우가 11명(37.9%), 일주일 안에 이직한 경우가 7명(24%) 등이었다.
2007년 15%였던 기금운용인력의 퇴직률은 지난해 24%로 크게 높아졌다. 특히 2011년에는 공단에서 9년 8개월간 근무한 A씨를 비롯, 기금운용전략의 고급 정보를 알 수 있는 수석직 임원 5명이 금융기관으로 자리를 옮겼다. 이들의 평균 근속기간은 5.5년이다.
기금운용본부 직원 한 사람당 평균 2조4,000억원의 기금을 운용하고 있는 만큼, 퇴직자들이 업무 중 취득한 기금운용정보로 이익을 취할 수 없도록 재취업 규정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국민연금 기금운용기준에는 퇴직자가 1년 이내에 금융기관의 대표이사, 공단 위탁펀드매니저, 공단 거래담당으로 재취업할 경우 6개월간 신규거래를 하지 못하도록 제한을 두고 있을 뿐이다.
심지어 기금운용본부에서 다른 부서로 옮겼다가 퇴직한 경우에는 이 제한도 받지 않는다. 2011년 8월 기금운용전략실에서 준법지원실로 인사발령을 받은 선임운용역 B씨도 그 해 12월 한 보험회사로 옮겼지만 6개월 거래제한이 적용되지 않았다. 공무원의 경우 공직자윤리법에 따라 퇴직 후 2년간 퇴직 전 5년 동안 소속했던 부서의 업무와 밀접한 기업에 취업할 수 없도록 돼있다.
권순원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는 "기금운영인력의 이직제한규정을 강화하고 이들의 처우를 시장수준에 부합하도록 끌어올려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왕구기자 fab4@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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