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중간첩으로 몰려 사형선고를 받고 사형이 집행된 고 심문규씨가 51년 만에 무죄를 선고받았다. 법원은 과거 사법부의 잘못된 판단에 대해 유족들에게 사죄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부(부장 이원범)는 22일 심씨의 아들(63)이 청구한 재심 사건에서 심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당시 수사서류를 검토한 결과 심씨가 위장 자수했다는 공소사실에 대해 합리적인 의심을 배제할 정도로 충분한 증명력을 인정하기 어렵다"며 "남은 자료와 증거조사 등을 통해 무죄로 판단했다"고 밝혔다.
이원범 부장판사는 선고 직전 이례적으로 "체제가 성숙하기 전의 일이더라도 사법부가 본연의 역할을 다하지 못한 점에 대해 재심을 심리한 재판부가 죄송함과 안타까움을 가지지 않을 수 없다"며 "심문규씨가 떳떳한 대한민국의 일원이었다고 선고함으로써 심씨와 유족의 명예가 일부라도 회복되기를 빈다"고 사죄의 말을 전했다.
이 부장판사의 말에 법정에 있던 심씨의 유족들은 흐느끼며 눈물을 흘렸다. 심씨의 아들은 "아버지의 시신이 어디로 갔는지 정부가 아직도 확인해주지 않고 있다"며 "나도 나이가 많고 힘든 점을 감안해 검찰 측이 상소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소회를 밝혔다.
심문규씨는 1955년 북파돼 특수임무를 수행하다 북한군에 체포된 뒤 1년7개월가량 대남간첩교육을 받고 다시 남파됐다. 그는 서울에 도착하자마자 자수했으나 불법 구금됐고 1961년 위장자수 혐의(국방경비법 위반)로 사형을 선고받았다.
정재호기자 next88@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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