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는 21일 한국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견제받지 않는 집중된 권력을 분산해 권한 남용의 가능성을 차단하겠다"며 강도 높은 검찰 개혁 공약을 제시했다.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를 설치해 검찰의 위법 수사나 권한 남용, 직무유기에 대해 수사하는 한편 대검찰청 중수부의 수사 기능을 폐지하고 검찰의 청와대 파견도 원칙적으로 금지하겠다는 것이다. 문 후보는 또 수사권은 경찰, 기소권은 검찰이 갖는 방향으로 검경수사권을 조정하겠다고 밝혔다. 문 후보는 "이명박 정부에서 유례 없이 행해진 정치검찰의 행태에 대해서도 규명과 함께 책임을 묻겠다"고 강조했다.
문 후보는 대북 정책에 대해서는 "대통령직인수위 시절부터 대북특사를 파견해 남북 대화를 재개한 후 곧바로 남북경제협력공동위원회를 가동해 개성공단 활성화, 금강산 관광 재개, 서해 평화협력지대 설치 등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취임 첫해 한미 정상회담과 한중 정상회담을 잇따라 개최해 '한반도 평화구상'을 조율한 뒤 남북 정상회담을 개최해 이에 대해 합의하겠다는 구상도 제시했다.
문 후보는 재벌 개혁에 대해서는 "문제는 대기업이 아니라 재벌의 행태"라며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공생의 경제를 강조했다. 그는 재벌 개혁 방안으로 제시된 순환출자 금지가 외국계 자본의 경영권 위협을 초래할 수 있다는 지적에 대해 "재벌들이 주장하는 것만큼 순환출자 해소에 큰 돈이 들지 않는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이며 경영권 위협 논리도 과장됐다"고 반박했다. 그는 "재벌들이 범법 행위를 한다거나 비정상적인 부실 경영을 하지 않는 한 경영권이 위협받을 가능성은 낮다"고 덧붙였다. 문 후보는 그러나 안철수 무소속 후보가 재벌 개혁 방안으로 제시한 계열분리명령제에 대해서는 "논의하는 것이 아직 이르며 국민의 공감대가 모아져 있지 않다"며 "그간 제시한 재벌 개혁 방안이 실효가 없을 경우 검토할 수 있는 방안"이라고 말했다.
문 후보는 특히 신규 원전 건설을 중단하고 신재생에너지를 확충하는 에너지 정책 공약을 강조했다. 그는 "탈(脫) 원전은 충분히 달성할 수 있는 목표"라며 "2030년까지 에너지의 20%를 신재생에너지로 충당할 수 있도록 대규모 투자도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런 전환이 우리 경제구조뿐 아니라 삶의 양식까지도 바꾸는 '3차 산업혁명'이 될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그는 ▦노동시간 단축과 교대제 개편을 통한 일자리 나누기 ▦정리해고 요건 강화와 정년 연장 ▦ 대기업과 공공부문의 청년고용 의무할당제 등의 일자리 확충 공약도 제시했다.
문 후보는 교육 분야에서는 2013년 국립대학, 2014년에는 사립대까지 확대해 반값 등록금을 실현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외고∙자사고의 일반고 전환 유도 ▦일제고사 폐지 ▦대입전형 단순화 등의 공약도 제시했다. 국방 분야에서는 군 복무 기간을 18개월로 단축하고 2015년으로 예정된 전시작전통제권 환수도 차질 없이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문 후보는 "전작권 환수를 또다시 연기하자는 이야기는 정말 부끄러운 주장"이라며 "전작권이 전환되어도 한미 공조체제에는 아무 문제가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복지 재원 마련 방안과 관련, "복지 확대를 위해 증세가 필요하다는 것을 솔직히 인정해야 한다"며 ▦부자 감세 철회 ▦특혜적인 조세 감면 폐지 ▦대기업에 대한 실효세율 인상 ▦소득세 과표구간 조정을 통한 슈퍼 부자 부담 확대 등의 증세 방안을 제시했다. 그는 일각에서 제시된 부유세에 대해서는 "재산에 대한 과세 형태로 이뤄지는 부유세는 근로소득과 불로소득에 대한 차등적 부과가 이뤄지지 않아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문 후보는 과거 선거에서 나온 수도 이전이나 신공항 건설 같은 눈에 띄는 지역개발 공약이 없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과거에는 대규모 지역개발 사업 등이 좋은 선거 공약이었지만 이제는 여건이 달라졌다"며 "지역개발은 지역의 좋은 일자리를 늘리는 것이 중심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송용창기자 hermee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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