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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헌 논의, 국정 블랙홀 안되려면 미리 공약으로 제시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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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헌 논의, 국정 블랙홀 안되려면 미리 공약으로 제시해야”

입력
2012.10.21 1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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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는 21일 "이번 대선에서 권력구조 개편이나 기본권 강화 등에 대한 개헌 공약을 제시한 뒤 평가 받아야 한다"고 밝혔다.

문 후보는 이날 국회 의원회관에서 한국일보 김광덕 정치부장과 김정곤 차장을 비롯한 정당팀과 1시간 40분 동안 가진 인터뷰에서 "개헌 논의가 다른 개혁 과제를 모두 빨아들이는 블랙홀이 되지 않도록 미리 공약으로 제시하면 당선 이후 국민적 지지 속에서 논의를 진전시킬 수 있을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문 후보는 각종 현안에 대해 분명하고 단호한 어조로 답변했다. 정수장학회 논란에 대해서는 국가권력에 의해 강탈됐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장학회를 사회에 환원하고 유족을 포함해 중립적 인사로 이사회를 구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복지 재원과 관련해선 "후보들이 증세에 대한 입장을 분명히 밝혀야 한다"고 촉구했다.

문 후보는 때때로 목소리를 높여가며 격한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노무현ㆍ김정일 비밀 대화록' 의혹에 대해 문 후보는 "대화록에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해 북방한계선(NLL) 포기 발언이 있는지를 국정원장이 밝히면 된다"면서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는 서해공동어로구역 지정 외에 NLL을 지키면서 평화를 유지할 수 있는 더 나은 방안이 있으면 당장 내놓으라"고 요구했다. 출자총액제한제 부활과 금산분리 강화 방침이 참여정부의 정책 방향과 다르다는 지적에는 "왜 꼭 같아야 하느냐"고 반문하기도 했다.

그는 안철수 무소속 후보와의 단일화 문제에 대해선 "결국 국민 여론이 단일화를 끌어낼 것"이라고 기대했다. 그는 '참여정부 그늘' 논란에 대해 "청와대 비서실장과 민정수석 경험이 오히려 나의 강점"이라고 반박했다.

_친노그룹 핵심 참모들이 오늘 2선 후퇴를 선언했다. 애초에 선대위 구성이 잘못됐음을 시인한 것 아닌가.

"선대위의 위원장과 본부장만 해도 수십 명이다. 팀장급 실무자 몇 명을 이유로 선대위가 마치 친노 일색인 것처럼 오해되는 사실이 안타깝다. 하지만 끊임 없이 논란이 되는 게 현실이다. 그 분들이 제가 새로운 정치를 펼쳐나가는 데 걸림돌이 된다고 판단해 결단을 내려준 것에 대해 고맙게 생각한다."

_당 안팎에선 이해찬 대표와 박지원 원내대표 퇴진론까지 나오는데.

"이른바 '이ㆍ박 퇴진론'은 본질이 아니다. 열린우리당 시절에 6개월마다 선거 치르고 나서 지도부를 바꿨다. 이 분들이 물러난다고 새 정치가 실현되고 정당이 혁신되는 게 아니라는 걸 경험으로 알고 있지 않느냐. 정당쇄신과 정치개혁 방안을 제대로 만들어 실천하는 게 중요하다. 인적 쇄신 부분은 내가 답하기 미묘하기 때문에 큰 틀에서 봐 달라."

_'새로운정치위원회'가 출범했지만, 주목할 만한 외부 인사가 없다는 지적이 있는데.

"좋은 분이 있으면 위원장까지 포함해 언제든 추천해 달라."

_새로운 정치, 정당쇄신에 대한 그랜드 플랜을 밝혀 달라.

"과거 열린우리당 시절 이후 진성당원제와 원내정당화를 실험했다. 시민참여 경선에 이어 완전국민경선제와 모바일투표도 도입했다. 하지만 이런 노력이 국민 눈높이에 모자랐다. 국민 기대에 맞는 방안들을 마련해 일부는 집권 청사진으로 제시하고, 일부는 즉각 실천하려고 한다. 기본 방향은 기성 정치권이나 정당들의 기득권을 내려놓는 것이다."

_구체적으로 어떤 방안들을 검토하고 있는가.

"가령 공천 문제의 경우 지금까지는 선거에 임박해서 진행되다 보니 결국 계파의 이해관계가 반영되면서 국민의 바람과는 다른 결과가 나왔다. 이 부분에 대한 해결책을 내놓을 생각이다. 또 공직선거에는 국민 의견이 최대한 반영되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_권역별 비례대표제 도입이나 중대선거구제로의 전환 방안 등도 검토하는가.

"새로운정치위원회에서 논의하고 공감대를 형성해나가야 할 문제이다. 조금만 기다리면 국민 요구를 적극 반영하는 방안을 제시하겠다."

_최근 여야의 원로 정치인들이 4년 중임제 개헌을 주장했는데.

"대선 직전 개헌 논의는 정략적으로 비칠 수 있다. 권력구조 개편이나 기본권 강화 등에 대한 공감대가 이뤄지면 이를 (대선) 공약으로 제시한 뒤 집권 이후에 개헌을 추진하는 게 낫다. 임기 초에 개헌 논의가 시작되면 다른 개혁 과제들을 모두 다 빨아들이는 블랙홀이 될 수 있다. 따라서 개헌 문제는 차기 정부의 과제들을 정리해서 공약으로 제시해야 한다."

_노무현 전 대통령과 참여정부의 그림자, 족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 있다.노 전 대통령을 뛰어넘을 비전이나 정책을 보여주지 못했다는 지적도 있는데.

"(웃으면서) 누가 그렇게 주장하는가. 그런 게 저를 가두는 프레임이다. 참여정부 당시 대통령을 가장 가깝게 보면서 국정운영을 경험했다는 게 얼마나 큰 강점인가. 이런 경험이 없는 후보들에 대해 불안하고 걱정되지 않느냐. 물론 '1987년 체제'에 覃杉?참여정부와는 비전이 다를 수밖에 없다. 지금은 복지국가를 건설하고 경제민주화를 실현하는 '2013년 체제'를 만들자는 것이다. 참여정부의 정책이 계승되는 부분이 있지만, 당시의 경험을 토대로 하는 것이어서 출발이 다르다. 노무현 대통령은 참여정부를 경험하지 않고 시작했지만, 저는 경험하고 시작하는 것이다."

_안철수 무소속 후보가 최근 "끝까지 갈 것"이라고 말했다. 대선 완주 의사를 밝혔다는 해석이 많은데, 문 후보도 끝까지 가는 건인가.

"언론이 좀 여유를 주셨으면 좋겠다. 저도 선대위 회의나 당원 모임에 가면 당연히 단일화 경쟁과 대선에서 승리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안 후보도 자신의 지지자들에게 중도에 그만둘 후보가 아님을 분명히 한 것 아니겠느냐. 저는 안 후보의 발언이 그 정도 의미라고 생각한다."

_아무래도 단일화 시기와 방법에 관심이 많은데.

"궁극적으로 국민이 결정할 것이다. 아직까지는 국민의 생각이 하나로 모아지지 않았다. 개인적으로야 의견이 있지만 상대가 있는 문제이다. 결국 단일화되지 않으면 정권교체가 어려울 것이란 여론이 확산되면서 이것이 단일화를 압박하는 요소가 될 것이고, 자연스럽게 시기와 방법에 대한 합의도 이뤄질 것이다."

_최근 양측의 감정 싸움이 가열되면서 단일화 무산 가능성까지 거론된다.

"감정 싸움이라고 보는 것에 이의가 있다. 단일화를 할 때 하더라도 그 과정에서 경쟁하는 건 당연하다. 정당 후보가 더 안정적이라거나 무소속 후보가 더 잘할 수 있다는 식으로 서로 자신의 장점을 부각시키는 건 자연스러운 경쟁이지 네거티브가 아니다."

_안 후보가 단일화에 응하지 않고 완주하려고 하면 양보할 수도 있나.

"단일화가 필요한지, 어떻게 단일화할 것인지 등은 국민 여론이 판단할 것이다. 단일화 없이도 정권교체가 가능하다면 모를까 그렇지 않다면 국민이 단일화를 요구할 것이다. 하지만 단일화만 되면 승리가 보장되는 건 아니다. 양측이 함께 손잡고 지지를 호소하는 수준까지 가야 한다. 안 후보도 그런 마음 자세를 갖고 있을 것으로 믿는다."

_문 후보의'공동정부론'은 안 후보와의 대통령-총리 역할 분담을 염두에 둔 것인가.

"정치공학적 역할분담을 말한 게 아니다. 정권교체를 하더라도 여소야대 상황이다. 경제민주화나 보편적 복지를 실현하려면 개혁세력의 저변이 넓어져야 한다. 정권교체 이후에도 개혁세력으로서 함께 할 필요가 있다는 원론적인 얘기다. 누가 어떤 역할을 꼭 맡아야만 하는 그런 문제가 아니다."

_단일화가 되더라도 승리가 보장되는 게 아니라고 했는데, 구체적으로 어떤 점을 염두에 둔 얘기인가.

"단일화가 승자를 결정하는 형식에 그칠 경우 양측 세력 전체의 연대를 이뤄내지 못할 수 있다. 또 지도부는 승복하고 연대하더라도 지지층은 다를 수도 있다. 후보만의 단일화가 아니라 세력의 단일화, 세력의 연대가 필요하다는 얘기이다."

_문 후보로 단일화할 경우 안 후보에 비해 표의 확장성이 떨어진다는 우려가 있는데.

"단일화를 막고 싶어하는 세력들이 주장하는 논리이다. 2002년 대선 당시 단일화 추진 전에는 노무현 후보와 정몽준 후보의 지지율을 합치면 이회창 후보에 미치지 못하는 경우도 있었지만 단일화 이후 단숨에 역전됐다. 단일화 과정에서 일부 지지 세력의 이탈이 있겠지만 크게 보면 단일화가 가져오는 시너지나 승리에 대한 자신감 등의 효과 때문에 단일화를 말하는 것 아닌가."

_문 후보의 지지율 상승세가 최근 주춤해졌다. 특히 호남에서 그런 현상이 두드러지는데.

"왜 민주당과 저에 대해서만 호남을 강조하는가. 호남보다 지지를 못 받는 지역도 있다.

그런 논리는 은연 중에 지역주의 정치를 강조하는 것으로 비칠 수 있다. 다만 안 후보와 비교할 때 이기는 곳도 있고 지는 곳도 있다. 호남에서 (안 후보에게) 뒤지는 건 저나 민주당이 부족하기 때문일 수 있다. 저도 더 좋은 정책을 내놓고 민주당도 혁신된 모습을 보이면 호남의 지지율은 더 오를 것이다."

_야권 후보 단일화를 위해 문 후보와 안 후보 양 측이 소위 물밑 접촉을 하고 있는가.

"단일화가 쉬운 일은 아니다. 안 후보의 대선 출마 선언 전에는 본인만 결단하면 되는 문제였다. 안 후보에게 직접 말하거나 한 사람의 매개를 통하면 뜻이 통할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저도 민주당의 후보가 되었고, 안 후보도 진영이 넓어지면서 진영 내의 생각들이 서로 다를 수 있다. 안 후보도 자유롭지 못하게 된 것이고 한 명으로 소통이 안 될 수도 있다."

_최소한의 대화나 소통 채널은 있다고 볼 수 있는가.

"안 후보 진영이 넓어지면서 (채널이) 전체를 다 커버하고 있는지는 알 수 없다."

_공식이든 비공식이든 대화 채널은 있다고 볼 수 있겠다.

"요 정도만 하겠다."

_미래 비전이나 정책을 둘러싼 건전한 경쟁보다는 서해 북방한계선(NLL)이나 정수장학회 논란 등 네거티브 싸움만 부각되고 있다. 이는 문 후보를 비롯한 대선 후보들이 시대정신과 관련된 담론을 제시하지 못하는 등 제 역할을 하지 못했기 때문이란 지적이 있는데.

"정책 경쟁은 필수적이다. 하지만 언론의 협조가 절실하다. 저도 후보 선출 이후 경제민주화, 남북관계, 일자리 등에 대해 많은 정책을 발표하고 행사를 진행해 왔다. 하지만 기자들은 단일화나 안 후보의 언급에 대한 제 입장만 물어본다. 결국 그날 발표한 정책은 보도되지 않고 제 답변만 나오는 식이다. 그 동안 남북경제연합이나 탈(脫)원전 등 논쟁이 될 만한 정책들을 내놓았는데 별다른 반응이 없다. 정책 경쟁이 이뤄지기 위해선 언론이 정책을 이슈로 만들어 주고, 후보들도 정책 개발을 위해 더 노력해야 한다."

_정수장학회 문제의 해법은.

"우선 정수장학회가 불법적으로 국가권력에 의해 강탈됐다는 사법부의 판결을 존중하면 된다. 왜 장학회를 박정희 전 대통령 내외가 갖고, 박 후보가 이사장이 돼 막대한 연봉을 받아야 했던 것인가. 박 후보가 그만둔 뒤에도 그의 측근들을 이사장과 이사진에 앉힌 것도 바로잡아야 한다. 김지태씨 유족의 뜻에 따라 공익재단으로 만들고 이사진도 유족을 포함해 신망 받는 중립적 인사들로 채우면 된다. 여하튼 장학회를 내놓아야 한다."

_박근혜 후보가 노무현 전 대통령의 'NLL 포기' 발언 논란과 관련해 "과연 이런 사람들에게 나라를 맡길 수 있느냐"고 비판했는데.

"10ㆍ4 정상회담에서 합의한 남북공동어로구역은 NLL을 지키면서 이를 둘러싼 평화 위협을 막는 최선의 방안이다. 그 이상의 방안이 있다면 새누리당이 제시해 달라고 꼭 부탁하고 싶다. 남북공동어로구역은 NLL을 기선으로 해서 등거리로 설정하는 것이기 때문에 NLL이 존중되는 것이다. 그런데 새누리당은 처음엔 배석자가 있는 정상회담 외에 두 정상만의 별도 회담이 있었고 거기에서 노 전 대통령이 NLL 포기를 언급했으며 이에 대한 녹취록을 북한으로부터 전달받았다고 주장했다. 나중에 비밀 단독 회담이 없었다는 사실이 밝혀지자 새누리당은 회담 형식 주장이 잘못된 것은 거론하지 않은 채 노 전 대통령이 정상회담 중에 그런 발언을 했었다고 말을 바꿨다. 새누리당은 지금이라도 노 전 대통령의 NLL 포기 발언과 비밀회담 여부를 특정해서 (국정원에서) 확인해 보면 된다."

_국정조사가 필요 없다는 것인가.

"자료가 국정원과 국가기록원 등에 있다고 하니 노 전 대통령의 NLL포기 발언이 있었는지 국정원이 밝히면 된다. 실제 NLL을 무력하게 만든 것은 이명박 정부이다. 무력 충돌을 해서라도 NLL을 지켜낸 것은 민주정부였다. 새누리당은 염치가 있어야 한다."

_문 후보 아들의 특혜 채용 의혹 논란이 국정감사에서도 거론됐는데.

"특채 의혹이 제기된 고용정보원은 국가 산하기관이고 거기에 자료가 다 있다. 만약 그게 사실이라면 진작 무슨 일이 나지 않았겠느냐."

_아직까지 사람들의 피부에 와 닿는 공약을 제시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있는데.

"정책은 갈수록 다듬어지고 풍부해지는 것이다. 정책을 더 다듬기 위해 듣는 자리를 마련하고 위원회도 만드는 등 노력하고 있다."

_일자리 창출과 복지 실현을 위해 결국 증세가 필요한 것 아닌가.

"재정을 개혁하고 세원을 발굴해서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라면 증세가 필요하다고 솔직히 인정해야 한다."

_문 후보의 검찰 개혁안은 실현 가능한 것인가.

"새누리당 개혁안으로는 안 된다. 우리는 참여정부를 경험해서 더 절실하게 생각하는 과제이다. 검찰은 견제 받지 않은 권력인데다 많은 권한이 집중돼 있어서 정치검찰이란 형태로 나타났다. 이를 청산해야 하고 수사권도 경찰에 줘야 한다. 또 검찰권력에 대한 민주적 통제가 강화돼야 한다."

양정대기자 torch@hk.co.kr

김회경기자 herm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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