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강상태를 보였던 삼성전자와 애플간 글로벌 특허소송전쟁에 다시 치열한 전투가 시작된다. 특히 금주에는 특허소송의 주 무대인 유럽과 미국에서 주요 판결이 예정되어있어, 향후 양사간 특허전의 향방을 가늠할 분수령이 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네덜란드 헤이그 법원은 23일(현지시각) 삼성전자가 멀티터치 기술 등 애플의 특허를 침해했는지를 판단할 예정이다. 헤이그 법원은 지난 6월 애플이 삼성전자의 특허 1건을 침해했다고 판결했는데, 이번 판결로 양사의 승패는 사실상 갈리게 될 전망이다.
만약 재판부가 이번에도 삼성전자의 손을 들어준다면, 유럽에선 사실상 승부에 쐐기를 박을 수 있다. 지난 주 영국 법원은 삼성전자가 애플의 특허를 침해하지 않았다며, 애플에게 “삼성이 애플의 디자인을 침해하지 않았다”는 내용의 광고를 내라고 명령하기도 했다.
이틀 뒤인 25일(현지시각)에는 미국 정부의 입장을 대표하는 국제무역위원회(ITC)의 예비판정이 나온다. ITC는 지적재산권 침해 제품에 대한 수입금지 등 제재를 내릴 수 있도록 한 미국의 관세법(337조) 위반 여부를 판단하는 곳. ITC는 이번에 ▦갤럭시S 등 스마트폰 6종과 ▦갤럭시탭 갤럭시탭10.1 등 태블릿PC 2종이 애플의 특허 6건을 침해했는지 여부를 판단할 예정이다.
앞서 ITC는 지난달 애플의 아이폰, 아이팟, 아이패드가 삼성전자의 특허를 침해하지 않았다는, 애플에 유리한 예비판정을 내놓은 바 있다. ITC가 이번에도 애플의 손을 들어줄 경우 3개월 뒤 최종판정을 통해 삼성전자 제품의 수입금지 조치가 내려질 가능성이 높아진다.
하지만 삼성전자가 승리할 경우 미국에서 수세분위기에 반전을 꾀할 수 있다. 이번 판정은 미국 정부의 보호무역주의 논란과 12월 예정된 미국 법원의 최종판결과도 맞물려 특히 주목을 받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결정적인 변수라고 보긴 힘들지만 IT업계 전반에 특허소송전의 과열을 경계하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는 점에서 삼성에 유리한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전망했다.
결전을 앞두고 양측의 ‘샅바 싸움’도 치열하다. 삼성전자는 유럽의 우세분위기를 이어가기 위해 미국에 이어 독일에서도 아이폰5에 대한 법적 조치를 취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반면 애플은 삼성전자가 문제삼고 있는 벨빈 호건 배심원장에 대해 ‘공정했다(balanced)’는 내용의 문건을 법원에 제출했다. 호건은 과거 소송경력 등을 밝히지 않아, 공정성에 문제가 제기되어 왔다.
한편 지난 20일 일본의 도쿄지법은 삼성전자가 특허침해를 이유로 애플을 상대로 낸 아이폰 판매금지 가처분신청에 대해 “특허 침해 사실이 없다”며 기각 결정을 내렸다. 일본 법원은 지난 8월 애플이 삼성을 상대로 낸 가처분 신청을 기각한 데 이어 양측이 제기한 가처분 모두를 기각했다. 일본에서 양사의 대결은 사실상 무승부로 끝난 셈이다.
유환구기자 reds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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