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그룹 창업 1세대인 구평회 E1 명예회장이 20일 숙환으로 별세했다. 향년 86세. 고인은 구인회 LG그룹 창업주(작고)의 6형제 가운데 다섯 번째로 구본무 현 LG그룹 회장에겐 작은 할아버지가 된다.
1926년 경남 진주에서 태어난 고인은 51년 서울대 정치학과를 졸업한 뒤 럭키화학(현 LG화학)에 입사, 95년 경영 일선에서 물러날 때까지 호남정유(현 GS칼텍스) 사장, LG그룹 부회장, LG그룹 창업고문 등을 역임했다. 럭키화학 시절 우리나라 최초의 치약인 '럭키치약'을 탄생시켰고, 67년에는 미국 칼텍스사와 합작을 통해 호남정유(GS칼텍스), 84년에는 한국 최초 LPG 전문회사인 여수에너지(현 E1) 설립을 주도하는 등 우리나라 중화학공업 발전의 기틀을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는 오너일가로는 드물게 '재계의 국제통'으로 손꼽혔다. 54년 락희화학 뉴욕주재원으로 근무하며 우리나라 민간기업 해외주재원 1호 기록을 세웠고, 이후에도 유창한 영어실력으로 폭넓은 해외인맥을 구축했다. 김영삼 정부 시절 오랜 친구인 김 대통령의 권유로 무역협회장을 맡아 민간경제 외교의 중대 축을 담당했고, 94년 제2대 월드컵 유치위원장을 맡아 폭넓은 국제적 인맥을 통해 2002년 한·일 공동 개최를 이끌어내기도 했다. 2005년 팔순을 맞아 제작한 화보집에서 도널드 그레그 전 주한미국대사는 "한국에 없어서는 안 될 사람"이라고 높이 평가했다.
구인회-철회-정회-태회-평회-두회로 이어지는 6형제의 LG그룹 창업주 세대는 이제 국회부의장을 지낸 구태회 LS전선 명예회장만 남게 됐다. LG그룹은 구인회→ 구자경→ 구본무 회장으로 장자승계가 이뤄졌고, 고 구철회 회장일가는 현재 LIG그룹을 이끌고 있다. 구평회ㆍ두회ㆍ태회 등 3형제 일가는 LG그룹에서 분가, 현재 LS그룹을 형성하고 있다.
빈소가 차려진 서울 아산병원 장례식장에는 정ㆍ재계 주요인사들의 조문이 이어졌다. 장남인 구자열 LS전선 대표이사 회장은 "아버지는 '묵묵히 일하고 깨끗이 떠난다'는 평소 원칙을 지켜온 참 기업인으로 우리 모두에게 기억될 것"이라고 말했다.
유족으로는 부인 문남 여사와 구자열 회장, 차남 구자용 E1 대표이사 회장, 3남 구자균 LS산전 대표이사 부회장, 딸 구혜원 푸른그룹 회장이 있다. 발인 24일, 장지는 경기 광주공원묘원이다.
유환구기자 redsun@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