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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호정의 애고에코/10월 22일] 칼리만탄의 눈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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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호정의 애고에코/10월 22일] 칼리만탄의 눈물

입력
2012.10.21 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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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도 가까이에 있는 열대우림이라 불리는 생태계는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두려움의 대상이다. 다큐멘터리 '아마존의 눈물' 이나 영화 '타잔'과 같은 영상물 때문에 좀 친근감이 생기기도 했지만 열대우림은 이름 모를 벌레와 희한하게 생긴 덩굴식물로 뒤덮여 있는 무서운 곳이다. 그런 부정적인 이미지에도 불구하고, 열대우림은 생태학자들의 큰 관심사이자 인류 전체에게도 중요한 생태계다. 잘 알려진 바처럼, 열대우림의 생물다양성은 매우 높다. 사람들의 관심을 끄는 오랑우탄 뿐 아니라 수많은 희귀한 무척추 동물과 식물들의 보고다. 동시에 열대는 지구상에서 숲의 대규모 파괴가 가장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는 곳이다. 열대에 위치한 나라들 상당수가 자연자원을 근간으로 경제를 유지하고 있기 때문에, 대규모 목재 벌목, 화전, 노천광산 등과 같은 경제 활동이 매우 흔하다. 더욱이 부패했거나 행정력이 약한 이 지역들의 정부는 불법적인 산림 파괴를 부추기고 있다. 열대우림은 이외에도 눈에 보이지 않는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바로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는 기능이다. 매년 열대우림이 흡수하는 이산화탄소의 양은 약 9기가 톤으로 인간이 매년 화석연료 사용으로 뿜어내는 이산화탄소 양과 맞먹는다. 또한 이 과정에서 많은 양의 산소도 만들어 낸다. 가히 지구의 허파라 불릴만한 곳이다.

아시아에서는 인도네시아의 열대우림이 널리 알려져 있다. 가구 회사 이름 덕에 '보르네오'라는 이름으로 더 잘 알려진 '칼리만탄' 섬이 그것이다. 이 섬은 열대 숲으로 뒤덮여 있을 뿐 아니라, 숲 바닥은 '이탄'이라고 부르는 독특한 습지가 발달한 지역이다. 원래 이탄습지는 날씨가 추운 북구 지방에서 흔히 발견되는데, 특이하게도 칼리만탄 섬에는 이런 이탄습지가 널리 존재한다. 인도네시아 정부는 1990년대 중반 이 지역을 대상으로 '메가 라이스 프로젝트'라는 야심찬 계획을 시도했다. 칼리만탄의 이탄습지에서 물을 빼서 100만㏊에 달하는 농경지를 개발하겠다는 계획이었다. 이를 위해 인도네시아 정부는 4,000㎞ 이상의 수로와 운하를 만들어 습지의 물을 빼냈고, 많은 농부들을 공짜 농토와 정부 보조금을 약속하고 이 지역으로 이주시켰다. 그러나 이 계획은 곧 재앙으로 변해버렸다. 도로와 운하가 건설되자 바로 불법 벌목과 화전이 광범위하게 벌어졌고, 습지의 물을 빼니 말라버린 숲에선 대규모 산불이 나기 시작했다. 더욱이 습지의 물을 빼고 나니 지반암에 산소가 공급되면서 황산이라는 물질이 만들어져 농사는커녕 식수조차 구하기 어렵게 되었다. 수 백 년 걸쳐 형성된 숲과 이탄이 단 몇 년 만에 파괴되고 엄청난 양의 이산화탄소가 발생되었을 뿐 아니라, 결국에는 농사도 지을 수 없는 땅이 되어 버린 것이다. 1997년 아시아에 불어 닥친 경제 위기로 인도네시아 정부는 모든 계획을 포기했고, 이주 농민들에게 약속했던 정부의 지원도 중단했다. 이런 이유로 이렇다 할 생산업도 없는 인도네시아의 온난화기체 발생량은 세계에서 12번째 정도로, 경제 규모가 훨씬 큰 호주, 브라질, 프랑스, 이탈리아 등을 능가한다.

무엇이 잘못된 것일까? 아무 쓸모도 없다고 생각했던 이탄습지는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었고, 제대로 기본 조사도 않고 급히 진행한 사업은 황산이라는 예상치 못한 자연의 반격에 부딪쳤으며, 예측할 수 없는 세계 경제의 요동은 정부의 약속을 종이조각으로 만들어 버렸다. 거기다 부패한 관료와 탐욕스러운 기업들은 숲의 마구잡이 파괴를 자행했다.

어디서 많은 들어본 이야기 아닌가? 하천 바닥의 토양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과학자들의 주장에는 귀를 닫아 버린 채 그것을 파내서 팔아버리면 공사비를 벌 수 있다며 일을 계획하고, 제대로 된 수리모형실험도 하지 않은 채 강물을 막아버려 안정성의 논란이 계속되고 있으며, 경기침체 속에 유지관리비를 누가 내야 할지에 대해선 아직도 정해진 바가 없다. 공사 수주과정에서의 담합 의혹까지 나왔으니 참 비슷한 모양새다. 준비 없는 자연의 개조는 재앙으로 마무리된다는 것이 역사의 교훈이다. 이런 교훈이라도 제대로 얻는다면 22조원의 가치는 충분한 것일까?

강호정 연세대 사회환경시스템공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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