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짤순이'이가 '장타자'를 눌렀다.
김대섭(31ㆍ아리지골프장)은 드라이버 비거리가 270야드에 불과하다. 하지만 어프로치와 퍼팅이 좋아 한국남자프로골프투어(KGT)에서 정상의 자리를 지키고 있다.
반면 김대현(24ㆍ하이트)은 국내를 대표하는 장타자다. 300야드 이상을 때려 파5 홀에서 강점을 드러내고 있다.
21일 코오롱 제55회 한국 오픈 최종 라운드가 열린 천안 우정힐스 골프장(파71ㆍ7,225야드). 정반대의 경기 스타일을 지닌 김대섭과 김대현은 전날까지 3언더파로 공동 선두를 달렸다. 챔피언조에서 맞대결을 펼친 두 선수는 자신들의 주특기를 유감없이 발휘했지만 '쇼트 게임의 달인' 김대섭이 웃었다.
김대섭은 이날 대회 4라운드에서 버디 3개와 보기 1개로 2언더파 69타를 쳐 최종 합계 5언더파 279타로 정상에 올랐다. 타수를 줄이지 못한 김대현(3언더파 281타)을 2타 차로 따돌리고 프로 통산 8승째를 사냥했다.
아마추어 신분으로 1998년과 2001년 한국 오픈에서 우승한 김대섭은 프로 로서 다시 우승 컵을 들어올렸다. 아마와 프로 선수로 번갈아 한국 오픈에서 우승한 선수는 김대섭이 유일하다. 또 이 대회 최연소 우승 기록(17세2개월)을 갖고 있던 김대섭은 1980년대 이후 한국 오픈에서 3승을 거둔 유일한 선수가 됐다. 역대 최다승은 한장상(72)의 7승이다.
올해 군 복무를 마친 뒤 하반기부터 대회에 출전한 김대섭은 지난 9월 동부화재 프로미 오픈 이후 시즌 두 번째 우승을 수확했다. 우승 상금 3억원을 보태 상금 랭킹 2위(3억9,400만원)로 올라섰다.
김대섭은 침착한 경기 운영으로 전반에 1타를 줄여 단독 선두로 치고 나갔다. 4번홀(파3)에서는 티 샷을 물에 빠뜨려 자칫 더블 보기를 범할 수 있었지만 그린 주변에서 친 네 번째 샷을 그대로 홀에 넣어 보기로 막는 멋진 쇼트 게임을 보여줬다. 10번홀(파4)에서 버디를 잡아 경쟁자들과의 격차를 벌린 김대섭은 파를 지켜나가다 17번홀(파4)에서 티샷을 왼쪽 깊은 러프에 빠뜨려 위기를 맞았다. 두번째 샷도 그린 뒤로 굴러갔지만 어프로치 샷으로 볼을 홀 바로 옆에 붙여 파로 막았다.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메이저 챔피언인 양용은(40ㆍKB금융그룹)은 2언더파 282타로 강경남(29ㆍ우리투자증권)과 함께 공동 3위를 차지했다. 한국골프의 희망 노승열(21ㆍ타이틀리스트)은 이븐파 284타 공동 6위, 일본 골프의 자존심 이시카와 료(21)는 1오버파 285타 공동 7위로 대회를 마쳤다.
노우래기자 sport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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